헌정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입법 실험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27일로 전면 시행 딱 하루를 남겨놓고 있다. 그러나 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도 법 적용 대상자들은 물론 상당수 국민들이 김영란법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현실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합법과 불법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잣대인 ‘직무 관련성’에 대한 유권해석을 듣기위해 목을 빼고 정부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를 쳐다보고 있지만 권익위 측의 업무 폭주로 답변이 더디다. 이러한 상황에서 권익위는 일반인들의 인식과는 괴리가 큰 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해 ‘고무줄’ 해석을 내리거나 유권해석 자체를 바꿔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같은 혼란은 정부부처 안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26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정부부처)들이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에 대한 식사제공 여부를 놓고 혼선이 불거졌다. 당초 일부 부처들은 원활한 직무수행 차원에서 3만원 이하 식사 제공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준비했다. 하지만 권익위는 “감사기간 중에 피감기관은 국회의원의 직무와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다”며 “소관 상임위원회 국회의원 등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 목적이 인정될 수 없으므로 3만원 이내의 식사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권익위 측은 법과 시행령에 명시되지 않은 ‘직접적 직무관련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해석상 어려움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청탁방지담당관(감사담당관 겸임)이 “기재부 대변인실 직원과 출입기자 간에는 직접적 직무 관련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가 권익위가 정정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에 대해 권익위는 “정부 부처 대변인실 직원과 출입기자 간에는 직무관련성이 있어 금품등을 수수할 수 없으나, 원활한 직무수행 등의 목적으로 3만원 이내의 식사 제공은 가능하다”면서 “다만 직접 기사를 청탁하는 등 직접적 이해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3만원 이하의 식사 제공도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또 권익위는 앞서 10만원이 넘는 경조사비를 받았다면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가 나중에는 10만원이 넘는 ‘초과분’만 돌려주도록 해석을 바꾸기도 했다.
권익위는 직무 관련성에 대해 여타의 공직자 등과 공·사립학교 교직원에 대해 사실상 특별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도 했다.
여타 공직자 등이 업무관련성에 대해 국정감사 등 직무관련성이 부각되는 기간을 제외하고는 원활한 업무수행 차원에서 가액기준(3만원) 이하의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 것과 달리 교직원의 경우에는 사실상 언제든 차 한 잔 조차 건네지 못하도록 해석한 것이다. 당초 법 적용 대상에서 빠져있던 사립 어린이집 교사들에 대해서도 누리과정(만 3~5세 공통 교육과정) 시행에 대한 위탁을 받았다는 이유로 법 적용대상에 포함돼 교육 현장에 혼선을 줬다.
반면에 당초 권익위가 스스로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해당된다고 확인했던 국·공립 및 사립대학교 겸임교수 등은 권익위 해석이 바뀌면서 빠졌다. 이들이 여타 교수들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출결 사항을 관리하고 시험을 출제해 학점을 부여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법의 형평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권익위 웹사이트에는 권익위 측의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는 법 적용·해석 관련 국민들의 문의가 쌓여가고 있다
권익위 웹사이트의 ‘청탁금지법’ 코너에는 지난 19일 이후에만 무려 450여 개의 질문이 폭주했다. 시행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혼선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8월 이후로 따지면 질문만 1500여개에 육박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권익위는 인력 부족과 상세 검토 필요성 등을 이유로 이달 19일 이후에는 거의 답변을 달지 못하고 있다. 자신을 지자체 공무원이라고 소개한 한 질문자는 “답글을 계속 기다리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글까지 올렸다.
질문은 주로 각종 공공기관, 공직 유관단체, 대학, 기업 등에서 계획하고 있는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해도 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 당장 행사가
[신헌철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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