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극한 대치를 시작한지 닷새째를 맞은 28일 새누리당이 국정감사 참여로 급선회하면서 국회 정상화의 물꼬가 터질지 주목된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까지도 국감 불참 입장을 유지했으나 정세균 사퇴촉구 당원 결의대회에 참석한 이정현 대표가 돌연 국감 참여를 주장해 긴급 의원총회가 소집됐다. 이에 따라 29일 새누리당 참여로 국감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표는 “내일부터 국감에 임해달라. 제가 끝까지 남아 정세균 의원이 사퇴할때까지 단식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 새누리, 丁의장 사퇴-국감 투트랙으로
이날 오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선 여전히 대야 강경 투쟁론이 우세했다. 정우택 의원은 회의 직후 통화에서 “여당 대표가 단식 중인데 정세균 국회의장은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국감 파행으로 여당도 욕을 먹겠지만 의장 책임도 커지는 만큼 좀 더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참석자는 ‘주화론(主和論)’을 제기했다. 국정감사를 정상화하되 정세균 의장 사퇴 문제를 별개로 추진하는 이른바 ‘투트랙론’을 내놓은 것이다.
유승민 의원은 “이정현 대표의 의장 사퇴 투쟁은 계속하더라도 다른 의원들은 국감에 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전략적 사고를 통해 투트랙으로 가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국감 재개를 시도하다 사실상 동료들에게 감금까지 당했던 김영우 국방위원장에 이어 주로 비박계를 중심으로 국감 정상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이에 대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오후 2시 의원총회에서 “죽어도 당론을 따를 수 없다면 무소속 정치를 하는 게 옳다”며 “당 지도부에 투쟁 방향을 일임했으면 그것이 당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치욕을 갚고자 힘을 모으는 마당에 더는 당론과 괴리가 있는 일탈에 대해 당 지도부가 좌시하지 않겠다”며 “견고한 대오로, 강고한 당론대로 투쟁해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 대표가 정 원내대표 등과 사전 협의없이 국감 참여를 갑자기 요청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즉시 의원총회를 다시 소집하고 국감 참여 문제를 논의했다.
◆ 박지원 중재 실패..정의장 유감표명 거부
새누리당이 국감 참여로 선회하더라도 정세균 의장 사퇴 투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국회 파행에 부담에 호주 출장도 연기한 상태지만 해임건의안 처리 절차에 대해 사과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은 완강하다. 그는 이날 “내가 어떤 유감표명을 해야 하느냐”며 “해임건의안이 발의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했지만 발의된 뒤에 의장이 일방적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직무유기가 된다. 헌법과 국회법 절차를 따른 것인데 거기에 대해 다른 얘기할 것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정당 대표들과도 필요하면 대화할 수 있지만 제 카운터파트는 원내대표들”이라고 이정현 대표 단식과 거리를 뒀다. 정 의장은 또 “의장은 평의원과 다르니 신중해야 하지만 나는 로봇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24일 새벽 정 원내대표가 반말과 고성으로 자신을 압박하고 새누리당이 플래카드까지 내걸며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쾌감이 크다는 전언이다. 이로 인해 국회 파행 후 정 의장과 정 원내대표는 만남은 물론 통화조차 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도 정 의장을 가리켜 “정 의원은 오만하고 교만하다. 편협하고 협량하다”며 “무슨 뽀로로 흉내를 내면서...애당초 중립과 공정은 생각조차 안한 양반”이라고 비난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당원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세균 의장 사퇴촉구 결의대회도 열었다.
또 새누리당은 29일 정 의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허위 공문서 작성·유포 혐의로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 의장이 의사일정을 변경하면서 새누리당과 협의를 거치지 않아 의원들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서도 제출키로 했다. 의원들이 모은 특별당비로 신문 1면에 정 의장을 규탄하는 광고도 게재하기로 했다.
양측 신경전으로 인해 전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나서 여야와 국회의장간 물밑 타협을 모색했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어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직접 얼굴을 맞대기 싫어했지만, 제가 오가며 만나 의견일치를 봤다”면서 “그러나 정 의장이 그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협의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정현 대표의 비공식 단식은 그대로 둔 채 우선 국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자는 데 대한 정 의장의 입장표명을 바랐지만, 정 의장도 굉장히 강경해서 어제까지 풀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 주장에 대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 말은 50%만 믿어라”며 “이 대표가 단식을 풀면서 정 의장 규탄 플래카드를 내리고 정 의장이
추미애 더민주 대표도 이날 이정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단식을 풀고 정상적 정치를 하자”고 제안했으나 소득은 얻지는 못했다.
[신헌철 기자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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