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를 표방한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빈 손’으로 끝났다.
여당의 보이콧으로 ‘반쪽’으로 출발한데다 야당이 3주의 국감 기간 내내 미르·K스포츠재단이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 등 정치 현안에만 몰두하면서 정책 논의마저 실종돼 역대 최악의 국감이란 평가가 나온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등 11개 상임위는 종합국감을 열고 3주간의 국감 일정을 마무리지었다.
야당은 마지막 국감까지 미르재단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도종환 의원은 국감 직전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화계 비선실세’로 통하는 차은택 감독에 대해 “대통령의 마음에 들면서 (정부가) 있는 힘을 다해 밀어준 것이 권력형 비리로 발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르재단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최순실 씨에 대한 공격도 이어졌다. 안민석 더민주 의원은 최씨 딸인 정모씨의 이화여대 입학과 관련해 “이대 측에서는 1987년 박 모씨를 승마특기생으로 뽑은 바가 있다면서 정씨의 사례가 최초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박씨는 일반학생들과 함께 시험을 본 것으로 확인했다”며 승마특기생 선발에 대한 의혹 규명을 주장했다. 기재위 국감에서도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을 주도한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 문제 등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여야의 정쟁으로 인한 파행은 국감 마지막날까지 이어졌다. 이날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고 백남기씨 추모 묵념을 제안하자, 양승조 위원장이 “사망 원인을 떠나 백 농민 사건은 우리 시대의 슬픔이자 아픔이니 30초간 다 같이 묵념하자”고 동의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집단으로 퇴장해 한동안 국감이 중단됐다.
이처럼 국감이 파행과 정쟁으로 얼룩지면서 또다시 ‘국감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시작된 국감은 출발부터 삐걱댔다. 국감 개시 직전 터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로 새누리당이 국감 참여를 거부하면서 첫 일주일을 허비했다. 간신히 정상화한 국감장에서 여야는 내년 대선을 의식한 정쟁에만 열을 올렸다. 청와대를 겨냥한 야당과 방어에만 급급한 여당에 정책은 없었던 셈이다.
주요 국감 증인에 대해 관심이 십중되면서 ‘정책 실종’은 더 심각해졌다.
지난달 27일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선 최 전 회장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면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모습만 부각됐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출석한 정무위원회도 마찬가지였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이날 이번 국감에서만 3번째로 증인으로 출석했고 대부분의 답변을 회피하면서 야당의 맹폭을 받았다.
교문위의 경우 낮에는 파행하고 밤에만 감사를 한다는 ‘주파야감’이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을 얻었다. 미르재단 의혹을 둘러싼 일반증인 채택 공방에 시간을 보내면서 국감이 이튿날 새벽 1∼2시에 끝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막말 파문도 끊이지 않았다. 13일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유은혜 더민주 의원에게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발언한데 대해 14일 야당은 한 의원이 교문위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병우 수석의 증인 출석 문제가 걸려있는 운영위원회를 비롯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일부 국감 일정도 순탄치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의 국감 보이콧으로 초반 일정을 까먹었던 정무위·법제사법위 등 여당 위원장 상임위와 운영위·정보위·여성가족위 등 겸임 상임위가 다음주 국감을 이어가면서 ‘연장 접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더민주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우 수석을 향해 “모든 비리와 국정 논란의 중심에 서 있고 야당 탄압의 최선봉이 돼서 아주 맹활약을 하고 있다”며 “그렇게 자신 있고 떳떳하면 국민을 대신한 야당 의원들과 토
[우제윤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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