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하기로 했을 당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상당히 격앙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의 만류에도 사퇴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당시 상황을 자서전과 측근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해완 기자가 재구성해봤습니다.
【 기자 】
2007년 11월 20일 싱가포르 한 호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에서 온 쪽지 내용을 보여주자 송민순 전 외교장관은 함께 있던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이렇게 나올 줄 모르고 물어봤느냐"고 따졌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백 실장은 자리를 떴고, 이때 노 전 대통령은 "찬성투표하고, 송 장관을 해임할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에 송 장관은 "그게 오히려 맞다"며 "그 방식이 대북정책에도 좋다"고 주장했고,
노 대통령은 "이미 북측에 물어봤으니 그냥 기권으로 가자"면서 "송 장관은 사표 낼 생각은 하지 마라"고 당부했습니다.
방에서 나온 송 장관은 곧바로 서울 본부에 있는 후배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 인터뷰 : 심윤조 / 당시 외교통상부 차관보(지난 18일)
- "본부 간부인 저희한테 연락을 해서 '이렇게 결정이 됐다' 그리고 본인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만류했던 그런 기억이 있다 하는 점도…."
당시 연락을 받은 한 외교부 간부는 "당시 송 장관이 상당히 격앙돼 있었다"고 기억했습니다.
이후 송 장관은 안타까운 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습니다.
기권 결정이 내려진 뒤 7일 후에 가진 한 대학 특강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 문제만 나오면 굉장히 작아진다"며"그것을 최근에 경험했다"고 말했습니다.
MBN뉴스 이해완입니다.[parasa@mbn.co.kr]
영상편집: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