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복귀를 선언한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약칭 민주당) 대표가 개헌론 불지피기에 나섰다. 개헌론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아야 한다는 정치적 명분을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정치인 손학규의 미래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유용한 정계개편 수단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이 이미 동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도 교감이 이루어지면서 손학규 표 정치권 세판짜기가 현실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손 전 대표는 정계복귀와 동시에 발간한 저서 ‘나의 목민심서, 강진일기’에서 “개헌은 정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문제”라며 “이제 권력구조 개편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법론도 제시했다. 그는 “대선후보가 책임총리를 공약으로 약속하고, (당선 후에는) 임기 중 개헌 때까지 이를 실천하면서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면서 “개헌 전 야당과 실질적 연정을 하면 개정된 헌법 효력이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 시작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내년 대선 전 개헌이 아닌 다음 대통령 임기 중 개헌을 실시해야 하며, 다음 대통령은 확실한 개헌 의지를 갖춘 후보가 돼야한다는 얘기다. 본인이 개헌 의지를 현실화할 수 있는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얘기로도 읽힌다.
그는 전남 강진에 머무는 동안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이홍구·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과 만나면서 개헌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다만 의원내각제와 분권형 이원집정부제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는지는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개헌에 뜻을 함께하는 정치권 인사들을 포괄적으로 규합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이에 대해 김종인 전 대표는 “비패권지대가 아직 공식 출범한 것은 아니지만, 손 전 고문이 정계복귀를 한 만큼 만나서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에 따라 손 전 고문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개헌론자들을 규합해 세를 불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국민의당과 긴밀한 관계설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손 전 고문은 저서에서 지난 8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만난 일화를 소개하며 “안철수 의원이 만남에서 막걸리 한 잔을 마신 뒤 국민의당으로 오라면서 새로운 당명을 포함해 모든 당 운영에 대해 나한테 열겠다는 말을 했다”고 적었다. 이어 “진정성이 느껴져 나도 진심을 얘기했다”며 “‘우리 둘이 힘을 합쳐 10년 이상 갈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합시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개헌론자로 잘 알려진 야권 중진은 “새누리당 내에도 손 고문의 지분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정국 상황을 살펴가며 내년 봄쯤 개헌에 동의하는 여야 정치인들을 한데 규합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같은 구상이 현실화하는데 장벽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찬열 민주당 의원이 21일 기자회견에서 손 전 대표를 따라가겠다며 탈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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