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면서 청와대가 인적쇄신 폭풍에 휘말렸다.
새누리당은 26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청와대 수석 참모진과 내각의 대폭적인 인적쇄신을 요구했다. 이어 회의에 참석한 김재원 정무수석을 통해 당의 의견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식 전달했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는 대통령이 청와대와 정부 내각에 대폭적인 인적쇄신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이번 사태와 직·간접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예외없이 교체해야 한다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적쇄신에 있어서는 어떤 것에도 연연해서는 안되고 과감하고, 지체없이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야당은 한발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의 탈당과 거국 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청와대 전면 쇄신, 우병우 민정수석을 비롯해 ‘문고리 3인방’의 해임을 포함한 청와대의 전면 쇄신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당적을 버리고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하라”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강직한 분을 국무총리로 임명해 국정 컨트롤타워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중립내각 구성이나 내각의 전면적 교체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보다는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최순실씨 의혹에 연루된 일부 청와대 비서진 교체 쪽에 무게가 더 실린다. 현재로서는 ‘일괄 사퇴’에 힘이 실리진 않고 있지만, 일부 핵심 참모가 이 같은 주장을 정면 제기하면서 내부에서 격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는 “이원종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청와대 비서진이 일괄 사퇴해야 한다는 여당의 뜻을 존중한다”며 “그런 논의를 내부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다른 참모는 “그런 행동(일괄 사퇴)은 오히려 대통령을 더욱 힘들게 만들 뿐”이라고 반대했다. 난파선에서 모두 뛰어내리는 것이 사태 수습에 최상의 해결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11월 28일 한 일간지가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을 최초 보도한 이후 57일만인 2015년 1월 23일에 국무총리와 민정수석 등 청와대 수석비서관 3명을 교체했다. 하지만 문고리 3인방은 청와대에 남았고, 우병우 민정비서관은 민정수석으로 영전했다.
현재 청와대 고위 참모진은 이원종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10명이다. 이 가운데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논란과 업무 관련성이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최우선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와 관련 국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출석했던 우 수석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3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최순실 씨와 수시 접촉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정호성 제1부속실장을 비롯해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교체 여부도 주목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가 시간을 더 끌 일이 아니다”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청와대 비서진 교체를 단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야당의 사퇴 용의 질문을 받고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저를 비롯해 (국무위원들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헌철 기자 /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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