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상황입니다.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어떤 방식이 될지 궁금한데요.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최은미 기자, 일단, 검찰에서 대면조사라고 못을 박았어요.
서면으로 몇 마디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건데, 현직 대통령을 수사하는 검사, 누가 될까요?
【 답변 】
제 아무리 검사라도 현직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는 입장이 되면 부담감이 만만치 않을텐데요.
그런 부분 때문에 20년 이상 경험을 쌓은 부장급에서 맡을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 노승권 1차장과 면담을 한 뒤, 이원석 특수 1부장이나 한웅재 형사8부장이 조사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합니다.
이 대목에서, 대검찰청 중수부 1과장 시절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 이야기를 안할 수 없습니다.
노 전 대통령을 앞에 두고,
"노무현 씨, 당신은 더이상 대통령도, 사법고시 선배도 아닌 그저 뇌물수수 혐의자로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겁니다."
라고 말했다는 데, 정말 과감해서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입니다.
어떤 검사가 맡을 진 모르겠지만, 우 전 수석만큼 과감하게, 패기있게 박 대통령을 조사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앵커멘트 2】
일단, 지금까지는 참고인 신분이잖아요.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혐의가 드러나면, 그땐 어떻게 되는겁니까?
【 답변 】
수요일 조사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목 금부터는 조사 과정에서 오간 이야기들과 검찰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슬슬 새어나오기 시작할 겁니다.
유 무죄 여부가 윤곽을 드러내는 거죠.
검찰이 죄가 있다고 판단을 하면, 보통은 바로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이 됩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재직 중일 경우 형사 사건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헌법이 정하고 있는 일종의 특권인 셈이죠.
그래서, 아예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기소만 못할 뿐이지, 피의자로 전환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서 아직 단정짓긴 이릅니다.
만약에, 유죄 혐의가 드러나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다면, 사실상 퇴임할 때까지 잠재적 범죄자 신분으로, 기소만 중지돼 있는 난처한 상황이 되는 셈입니다.
【 앵커멘트 3】
박 대통령이 남은 기간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인데, 청와대는 일단, 말을 아끼고 있죠?
【 답변 】
네, 그렇습니다.
아직 신중한 모습인데요.
정치권에서는, 탄핵 논의가 무르익고 있습니다.
야당 뿐 아니라 여당 비주류에서도 탄핵의 길로 가야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습니다.
탄핵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고,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즉 200명 이상이 찬성하면 의결됩니다.
지금 국회에는 야권 성향 무소속 6명을 포함해 야당 의원 수가 171명인데요.
새누리당에서 29명만 이탈해도 탄핵안이 의결되는 셈입니다.
29명이 과연 대통령 탄핵에 손을 들까 의문인데, 오늘 김무성 전 대표가 대통령 탄핵을 공식 언급한 비상시국회의에 모인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이 자그만치 42명이었습니다.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죠.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기다립니다.
이 기간동안 대통령 권한은 정지되고, 총리가 대행하게 되는데요, 헌재는 180일 이내에 결론을 내야합니다.
헌재가 탄핵안을 받아들이면 60일 이내에 대선이 다시 치러지게 되고요.
따라서 탄핵안 발의부터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는 과정까지 모두 거치려면 지금부터 최소 8개월은 걸린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 궁금한게, 헌재가 대통령의 탄핵안을 받아들이겠느냐인데요.
일단은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왜냐고요, 재판관 9명 중 6명이 동의해야 하는데, 9명 모두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보수 성향' 인사입니다.
【 앵커멘트 4】
제가 박 대통령이라면, 이 수순으로 가는 것만은 막고 싶을 것 같은데요.
탄핵까지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뭐가 있을까요?
【 답변 】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탈당입니다.
탈당하는 순간 새누리당과 인연이 끝나고, 사실상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할 기반이 확보되는 셈이거든요.
대통령이 국회와 연을 완전히 끊고, 새 총리 추천권한부터 국무위원 임명까지 모두 국회로 넘기라는 야당의 주장대로 되는 셈입니다.
물론, 탈당과 함께 좀 더 명확한 '2선 후퇴' 의지를 밝혀야겠죠.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는 '실질적 하야'인 셈입니다.
이 수순으로 간다면 영수회담도 자연스럽게 성사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100만 촛불 시위로 성난 민심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에 야당의 요구 조건이 2선후퇴에서 탄핵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 앵커멘트 5】
그런데, 100만 촛불시위를 지켜보고 처음 나온 청와대의 입장만 보면, 정말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 건지 좀 의문이 들어요.
【 답변 】
오늘 오후 2시 쯤 정연국 대변인이 춘추관을 찾아서 밝힌 입장인데요.
-대통령께서는 어제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무거운 마음으로 들었으며, 현 상황에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지난주 내내 홍보수석이 한 얘기입니다.
심지어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말은 오히려, 퇴진 압박에도 불구하고 내 갈 길 가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측면도 있거든요.
100만 명이 대통령 퇴진을 외쳤는데, 겨우 두 문장 분량에, 전과 다른 부분을 찾아볼 수 없는 입장을 냈다는 것은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게다가요.
오늘 오후 4시쯤인데요.
검찰에서 대통령을 수요일쯤 직접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그때, 정연국 대변인이 또 한번 춘추관으로 찾아왔습니다.
당연히 검찰 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힐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대통령과 만난 종교계 인사가 "대통령이 잠이 보약"이라고 했다는 보도를 해명하러 온 거였어요.
이 종교계 인사가 대통령에게 "잠은 잘 주무시나 봅니다"했더니 대통령이 "잠이 보약이에요"라고 했다며, 대통령이 주변의 우려와 달리 굉장히 잘 지내고 있다는 뉘앙스의 보도였거든요.
대통령 검찰 조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는 청와대가 "다른 좋은 약보다 사람한테는 잠이 최고다" 이 말을 했을 뿐이지, 보약이라는 표현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 앵커멘트 6】
이번주 토요일에도 4차 촛불시위가 예정돼 있지 않습니까?
청와대가 계속 이렇게 버티면, 이번 주말에도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답변 】
심지어 이번주 목요일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습니다.
토요일에 수능을 치른 고3 학생들까지 시위대에 대거 동참할 가능성이 큰 상황인 것입니다.
사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가장 화가 많이 난 것이 학부모와 학생들이에요.
최순실이 청와대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딸 정유라에게 대학 부정입학을 포함해 온갖 특혜를 줬던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공분을 샀는데요.
이번 주말 전에 대통령이 모든 국민들이 받아들일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성난 민심이 더 크게 폭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