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야권에서 제시한 ‘질서 있는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정면돌파하겠다는 방침을 굳히면서 야권에선 “결국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탄핵안의 국회 통과와 헌법재판소 판결을 자신할 수 없고, 최악의 경우 내년 11월에야 대선을 치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탄핵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로선 박근혜 대통령이 시간벌기 수단으로 야권의 탄핵소추를 유도하고 있다는 시각이 야권 내 팽배한 상황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연기를 요청한 점을 거론하며 “탄핵은 최소한 3개월 이상이 걸리고, 국회 통과 여부와 헌법재판소 인용 여부 등 여러 변수가 있다”며 “청와대가 탄핵을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스스로 물러날 생각은커녕 (청와대가) 탄핵에 대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고 주장했다.
야권의 이런 시각은 탄핵으로 갈 경우 자칫 박 대통령의 임기를 다 보장해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순실씨 구속 만기일(20일)까지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거부할 경우, 정치권의 탄핵소추안 발의는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온 뒤인 내년 4월께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여야는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검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라, 특검은 빨라야 이달 말 출범할 전망이다. 특검 수사기간이 최장 120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사 결과는 빨라도 내년 3월에 나오게 된다. 결국 특검 수사 결과를 보고 탄핵에 나설 수밖에 없는 야권으로선 내년 3월까지 넋 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당장 박 대통령이 직에서 물러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탄핵안 관련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판결은 최장 180일이 소요된다. 물론 국민적 관심을 감안해 헌재가 이례적으로 한달만에 신속하게 판결을 내놓을 수도 있다. 헌재가 탄핵안이 위헌 소지가 없다고 할 경우 판결 후 60일 이내 대선을 치르게 되는데 최악의 경우 이 시점은 내년 11~12월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예정된 내년 대선 일정과 큰 차이가 없게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에서 야권에선 여전히 탄핵추진에 부정적인 기류가 많지만, 박 대통령의 사임 가능성이 낮은 만큼 탄핵안 발의를 ‘플랜B’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탄핵으로 갈 경우에 대비해 내년 상반기 중 대선을 치를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놔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야권의 한 관계자는 “오는 20일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혐의가 적시되도록 해야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이날 박 대통령의 검찰 수사 연기 요청에 “정말 제정신인가 묻고 싶다”며 강도높게 비판하는 등 최근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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