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문화계에서 소위 '진보·좌파 세력'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는 판단으로 문화계의 새 판을 짜려는 구상 속에서 미르재단 설립을 추진한 정황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연합뉴스 단독에 따르면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문화계의 '좌파 성향'에 대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정부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재단법인을 세워 문화계를 '정돈'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미르재단 설립에 나섰다"는 취지의 전 청와대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검찰 조사 결과 박 대통령은 미르재단 '강제 모금' 전면에 나선 것으로 드러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구속기소)에게 "(문화계) 이슈를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 공소장에도 미르재단 설립과 운영은 최씨가 주도했지만 재단 설립 구상 자체는 박 대통령이 직접 한 것으로 적혀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의 CJ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박 의혹 수사, 특검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수사 등을 통해 현 정부가 문화계 인사들의 진보 성향을 못마땅해하고 정부 지원금 선정 배제 등 각종 불이익을 주려 했다는 의혹이 상당 부분 드러난 상태다.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비망록'으로 불리는 재직 당시 업무일지에는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추정되는 '長' 표기와 함께 "사이비 예술가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문화예술가의 좌파 각종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하라"는 지시 내용도 적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 역시 청와대와 문체부 주도로 '1만명설'까지 제기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확인하고 배후를 캐기 위해 26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사정당국 관계자는 "최순실은 미르재단을 만드는 역할을 하면서 이를 잘 이용하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미르재단 설립 직후부터 컨설팅, 용역 회사 등을 집중적으로 세웠지만 돈을 본격적으로 빼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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