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참여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친노 인사들이 대선 국면을 맞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측으로 양분되는 양상이다. 문 전 대표가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크게 앞선 상황에서 안 지사가 최근 추격의지를 공개 천명하자 과거의 동지들이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선 친노 인사들이 참여정부 이후에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경선 후 다시 힘을 합칠 상황을 염두에 둔 '위장이혼'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안희정 지사 측 핵심관계자는 4일 매일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지사 중 누굴 도울지 고민하다 결국 안 지사 대선캠프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윤 전 대변인은 애초 문 전 대표를 도울 생각이었지만 안 지사의 강력한 요청을 받고 마음을 돌렸다"면서 "문 전 대표 캠프에는 인력이 풍부한 만큼 안 지사에게 힘을 보태는게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현재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캠프에는 과거 참여정부 인사들이 다수 몸담고 있다. 우선 문 전 대표 측에선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윤건영 전 청와대 정부기획비서관이 문 전 대표를 돕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보좌관으로 알려진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대변인 역할을 맡았다. 참여정부 당시 원내에서 친노 핵심으로 활약하며 노 전 대통령에게 힘을 보탰던 민주당 노영민 전 의원과 최재성 전 의원도 문 전 대표 캠프에서 활동 중이다.
안 지사 측은 이번에 캠프에 참여한 윤태영 전 대변인 외에도 김종민 정재호 민주당 의원,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과거 참여정부 인사들이 활약 중이다. 충남 부지사를 역임한 친안희정계 인사인 김종민 의원은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지낸 경력을 살려 캠프 내 홍보수석 역할을 맡았다. 청와대에서 사회조정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정재호 의원은 캠프 조직 총괄 역할을 수행하기로 했다.
이병완 전 실장은 안 지사 캠프에서 뚜렷한 역할을 맡기보단 자문역할을 맡아 거들고 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이 전 실장은 전부터 안 지사 지원을 자청해왔다"면서 "뚜렷한 역할을 맡기 보단 조언을 하면서 그때 그때 필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참여정부 당시 '좌희정 우광재'로 불렸던 이광재 전 강원지사도 물심양면으로 안 지사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지사 측 관계자는 "사석에서 이 전 지사와 안 지사는 서로를 향해 '내 친구 광재, 내 친구 희정이'하며 끈끈한 우정을 과시한다"면서 "지난 촛불국면에서 안 지사가 진중한 언행을 했던 것도 이 전 지사의 조언이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이처럼 친노 인사들이 대선을 앞두고 양분되는 모습이지만 아직까지 서로를 향한 날선 기류는 감지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향후 대선 국면에서 힘을 합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결국 친노의 분화는 각자도생의 움직임이라기 보단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불가피한 위장이혼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안 지사 측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매일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민주당 경선 후) 결국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측이 힘을 모아야 할 텐데 그때 내가 할 역할이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지사는 최근 개헌론, 대통령 임기 단축 논의에서 문 전 대표와 입장을 함께 하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해 "정계 은퇴하라"고 요구하면서 문 전 대표를 간접지
하지만 안 지사 측은 이런 시각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 지사는 4일 페이스북에 "차차기, (문 전 대표의) 페이스메이커라는 프레임을 거둬달라. 저는 이번 19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도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계만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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