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평가하지 않겠다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연일 간접화법으로 반 전 총장과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문 전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전문가 지지자들 모임 '더불어포럼' 창립식에서 축사자로 나서 "구체제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달라는 것이 촛불민심의 명령"이라며 "이번에야말로 정권교체를 해내라는 엄중한 명령을 꼭 받들겠다"고 말했다.
전날 반 전 총장의 '정치교체론'을 박근혜정권의 연장으로 규정한데 이어, 이날 또다시 정권교체를 강조하며 '정권교체 대(對) 정치교체' 프레임에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이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절박한 의지는 제가 누구보다도 강하다. 목숨을 건다는 각오로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꼭 만들어 내겠다"며 "정권교체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정권교체로 변한 게 없으니 정치교체 해야한다"는 반 전 총장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옛날에 박근혜 후보가 정치교체를 말했죠"라고 일갈했다. 반 전 총장에 대한 직접 비판은 자제하면서도 '반기문 당선=박근혜 정부 연장'이라는 프레임은 이어가는 셈이다.
또 문 전 대표는 '청렴하고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점도 강조하며 반 전 총장과 차별화를 이어갔다. 그는 "저는 검증이 끝난 사람이다. 참여정부 때부터 적대적 언론이나 권력기관이 수많은 뒷조사를 했지만 '털어도 털어도 먼지가 나지 않는 사람'이었다"며 "저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제가 청렴하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번에는 조기대선 탓에 인수위가 없어서 준비된 대통령이 더욱 중요하다"며 "대선 패배 이후 성찰하면서 준비를 더 깊게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달러 수수설, 10년간 국내 정치 공백 등이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반 전 총장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문 전 대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해서도 '사드 찬성' 입장을 밝힌 반 전 총장과 입장을 달리했다. 그는 최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사드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게 옳다"며 "그렇게 되면 국회 비준을 포함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즉 자신이 집권할 경우 국내 공론화 과정 및 주변국들로부터도 동의 절차를 거쳐 최종 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마음을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서로 마음이 통해야 하는데 아직 국민의당 쪽에서 그런 문제를 예민하게 받아들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
[오수현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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