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 백악관에서 한반도에 전술핵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온 지 하루 만인 6일 탄도미사일 4발을 한꺼번에 쏘아올렸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의 대북 강경 노선에 반발한 것이지만 오히려 미국의 강경파 입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김정남 피살 소식이 북한 내부에 알려지는 것에 대응해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의도에서 미사일 발사를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은 북한의 리길성 외무성 부상을 환대했다가 또다시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북한의 추가 미사일 발사 도발로 트럼프 정부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우선 순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가 이달 중 대북정책 재검토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북 선제타격, 북한 정권교체(regime change) 추진,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등의 강경책에 이전보다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이달 하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간에 대북 압박 정책 방안이 긴밀히 오가고, 국제무대에서 북한을 압박하고 고립시키려는 노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마크 토너 미국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발사도 금지하고 있다"며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은 대량파괴무기(WMD) 프로그램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결의를 더욱 강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불법 행동에는 대가가 뒤따를 것이라는 점을 반드시 보여줄 것"이라며 "북한은 이제부터라도 도발과 선동 대신 국제적 의무와 약속을 이행하는 정상적인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환구시보와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들도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소식을 인터넷 속보로 타전했다. 신화통신은 북한의 미사일발사가 한미연합훈련을 겨냥한 것이라며 며칠전 북한 총참모부의 대미 경고발언을 소개했다.
특히 미국은 김정남 피살을 계기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문제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되면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가 아니라는 낙인이 찍힌다. 최종문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이 참석하는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집행이사회(7∼10일, 네덜란드), 안총기 외교부 2차관이 참석하는 카리브국가연합(ACS) 각료회의(8∼10, 쿠바), 이르면 다음주 중 있을 윤병세 외교장관의 동남아 순방 등을 계기로 정부는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문제를 거론하며 각국에 북한과의 외교관계 조정 등을 촉구할 전망이다.
중국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관련 입장이 북한의 도발로 스텝이 꼬일 가능성이 있다. 김정남 사건의 여파 속에 고립무원의 위기에 처한 북한의 리길성 외무성 부상을 베이징에 불러 융숭한 대접을 한 중국의 속내는 사드 배치를 추진 중인 한미에 '북한을 버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4월초를 목표로 추진중인 미중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깨는 도발에 나서지 말라고 북한을 달래는 행보로 풀이됐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로 결국 '뺨'을 맞은 중국이 지난달 발표한 북한산 석탄수입 중단 조치에 이어 추가로 대북 압박에 나설지, 대화로의 국면 전환을 모색할지 등에 관심이 쏠린다.
국방부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4발을 동해 상으로 발사한 데 대해 전(全) 패트리엇 포대의 전투대기를 지시하는 등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했다. 지난 1일 시작된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은 김정은 정권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비롯한 미 전략무기가 대거 투입돼 압박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국방부는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비해 북한의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패트리엇 포대의 전투대기를 지시하는 한편, 탄도미사일 탐지자산의 추가 운용을 준비하고 ISR(정보·감시·정찰) 자산의 운용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대북 심리전 방송을 강화해 북한의 도발행위를 규탄하기로 했다. 8일 한·미·일 차관보급 화상회의를 열어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제재·압박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북한은 대북 강경 노선을 유지했던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10년부터 거의 매년 3∼4월 진행되는 한미훈련 기간에 고강도 도발을 해왔다. 주요한 도발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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