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선주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고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보수 진영인 자유한국당 의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김관용 경북지사도 “재협상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차기 정권에서 한·일 관계에 상당한 진통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는 "일본의 책임 인정과 공식 사죄가 없는 위안부 협상을 국민들이 인정하기는 어렵다"면서 "다음 정부에서 재협상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속에 이루어진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들의 권리와 국민적 자존심을 10억엔과 맞바꾸려 한 굴욕적인 협상이라는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는 대표적인 외교적폐"라며 "일본이 법적인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적 사죄를 전제로 새로운 협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는 한일 위안부 합의의 배경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전 대표는 "양국 사이에 어떤 합의가 이면에 있었는지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안철수 후보도 "정부는 2015년 12월28일 한일외무장관 회담에서 합의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는 잘못된 합의"라며 "역사·주권 문제와 견제·군사협력 문제를 분리해 대응해야 하며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일본이 (재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기존의 2015년 협상은 파기하고 그 책임은 일본이 지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안부 소녀상 설치 확대에 대해서도 한국당의 이인제 후보를 제외하고는 모든 대선주자들이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민주당의 안희정 충남지사는 '유보'라고 답했지만 "민간의 자발적 움직임에 대해 정부가 간섭할 수 없다"고 밝혀 사실상 찬성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소녀상 설치를 두려워 하는 것은 청산되지 못한 친일행위와 다름없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안철수 전 대표는 "소녀상으로 인해 일본의 압박을 받는 상황이야말로 한국 외교의 실패를 입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대선 국면에서 '친일=낙선'이라는 학습효과를 의식해 후보들이 똑같은 답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현재 사드 배치로 대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한일관계가 지금처럼 평행선을 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박재완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모든 후보가 표를 의식해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똑같이 답변한 것 같다"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험로가 예상되고 미완의 숙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일 간에 합의된 내용을 재협상한다는 것은 국가간 합의된 내용을 뒤엎는 행위이기 때문에 국제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민간 소녀상 설치 확대 문제는 발전적 한일 관계를 위해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준규 주일 한국대사는 차기 정권에서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해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이 대사는 지난 25일자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위안부) 합의를 지키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밝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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