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상암동 SBS공개홀에서 열린 19대 대선후보자 초청 합동토론회에서는 문재인·심상정·안철수·유승민·홍준표 후보(이상 가나다순) 간 양보없는 신경전이 펼쳐졌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적폐연대' 프레임을 놓고 거친 설전을 벌였고, 홍 후보와 유 후보는 보수 적자를 놓고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다만 후보 5명이 나서는 다자구도로 토론회가 진행되다보니 정책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회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文-安 적폐연대 놓고 설전
가장 치열한 신경전은 문 후보와 안 후보 간 적폐연대 토론이었다.
안 후보는 주도권토론을 통해 문 후보에게 "저를 적폐세력 지지를 받는다고 비판했는데 국민에 대한 모독이 아닌가"라며 포문을 열었고, 이에 문 후보는 "국민이 무슨 죄가 있느냐. 박근혜 정권과 함께 한 구여권 정당이 적폐세력 아닌가"라고 받아쳤다. 문 후보는 안 후보를 겨냥해 "자유한국당 사람들과 극우 논객들의 지지는 짝사랑이라고 치자. 국민의당에서 (구여권과) 함께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공세 수위를 더욱 높였다.
안 후보 역시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안 후보는 문 후보를 겨냥해 "그렇다면 여기 나온 유 후보와 홍 후보 둘다 적폐냐"며 따져물었고, 이에 문 후보는 "홍 후보는 피할 수 없고, 유 후보는 그에 대한 비판을 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 후보의 거듭되는 적폐연대 공세에 안 후보는 "그렇다면 왜 국민의당과 연대를 하자고 했느냐. 문 후보 손을 잡으면 (과거 박근혜 정부 손을 잡은 인사들의) 모든 죄를 사해주는거냐"고 받아쳤다. 이에 문 후보는 "적폐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대의에 함께 한다면 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야권정당은 일차적 연대 대상"이라고 답했다.
◆심상정마저…집중공세 받은 文
이날 토론회에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랜 기간 1위를 지킨 문 후보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집중 공세가 이어졌다.
홍 후보는 유 후보와의 주도권토론에서 "지금 주적은 문 후보가 아니냐"고 했다. 이에 문 후보가 "같은 흙수저끼리 제가 왜 주적입니까"라고 물었고, 홍 후보는 "친북 좌파이기 때문이다. 집권하면 김정은을 가장 먼저 만나러 간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받아쳤다.
특히 문 후보와 홍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놓고 거센 설전을 벌였다.
홍 후보가 문 후보에게 "노 전 대통령이 640만달러를 받을 때 몰랐느냐"고 질문했고, 이에 문 후보는 "몰랐다. 책임지실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홍 후보는 "그러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욕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 최순실은 밖에 있었는데 (문 후보는) 붙어있었으면서 몰랐다고 하면 면책이 되느냐"고 공세 수위를 더욱 높였다.
여기에 심 후보 역시 정책의 선명성을 놓고 문 후보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면서 이날 문 후보는 시종일관 공격보다는 방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 후보의 도덕성에 대한 설전도 오갔다. 정책검증토론에서 홍 후보는 "대한민국을 1년 정도 세탁기에 넣고 돌리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 후보는 홍 후보를 겨냥해 "홍 후보야말로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와야하는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고, 이에 홍 후보는 "저는 이미 들어갔다 나왔다"고 받아쳤다. 심 후보가 홍 후보에게 "제가 대통령이 되면 홍 후보께서 국민세금으로 지급한 특수활동비를 사모님 생활비로 드린 것과 같은 돈 알뜰하게 챙겨서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비판하자 홍 후보가 "대통령될리 없으니 그런 꿈 안꾸셔도 됩니다"고 답하면서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洪-劉 '보수적자' 논쟁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나온 홍 후보와 유 후보의 '보수 적자' 논쟁도 거세게 펼쳐졌다.
유 후보는 홍 후보를 겨냥해 "보수는 저런 적자를 둔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홍 후보는 유 후보에게 "우파경제정책을 하다가 강남좌파로 변신한 정치적·정책적 배신자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고 했고, 이에 유 후보는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을 배신했다고 했다. 뼛속까지 서민이라는 분이 어떻게 재벌을 옹호하느냐"고 받아쳤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후보들이 저마다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하는 가운데 문 후보와 안 후보 이미제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토론회 규정에 따르면 정책검증토론에서는 후보자의 자질·리더십·과거 경력 등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없다. 문 후보와 안 후보 모두 이같은 규정을 지킨 덕분에 사회자로부터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지만 다른 후보의 경우 정책검증토론에서 사회자 제지를 받았다는 점 때문이다.
문 후보의 경우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상황에서 기존의 주장을 번복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갔다는 점에서 잃은 것이 많지 않은 토론회라는 분석이다. 반면 안 후보의 경우 '적폐연대' 논쟁에서 문 후보에 분명하게 날을 세운만큼 지지층 결속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홍 후보의 경우 전날 재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바른정당에 승리를 거둔데
[정석환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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