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를 방문해 근무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2017.5.2 [이충우 기자] |
바른정당이 채 100일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것은 대선판에서 당과 대선후보 모두 국민의 지지를 얻는데 참혹하리만큼 실패했기 때문이다. 표와 지지율이라는 현실이 개혁보수라는 명분을 휩쓸어버리면서, '좌우 이념'과 ‘영호남 지역' 대결이라는 과거 정치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바른정당은 창당 후 줄기차게 러브콜을 보내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월 돌연 낙마하면서 순식간에 힘이 빠졌다. 당내 경선에서 유승민 후보가 확정됐지만, TV토론에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지율은 5%를 넘지 못했다. 특히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최근 10% 가까이 치고 올라오면서 바른정당 내부에선 '이대로는 안된다'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영남 중심으로 보수층을 집중공략하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갔던 보수표심을 상당수 끌어온 게 주효했다.
홍 후보는 바른정당 소속13명 의원의 탈당 직후 '국정운영비전'을 발표하며 보수 대결집 굳히기 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이날 오후 당사에서 "위기 대응 비상정부를 수립해 국가 대개혁을 시작하겠다"며 "정파와 지역을 떠난 대한민국 모든 인재를 고루 등용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홍 후보는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과 관련해 "보수 대통합의 차원에서 다시 들어오는게 좋겠다"며 "대선에는 지게 작대기라도 필요한만큼 내편, 니편 가르지말고 대통합이 돼 대선이 임하는게 좋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는 대선출마 당시 부터 "양박(양아치 친박)을 완전히 청산해야 한다"며 바른정당 원복의 명분을 만들어주려 노력해왔다.
하지만 바른정당 유턴파를 바라보는 자유한국당 친박계 반응은 싸늘하다. 역풍을 의식한 듯, '나갈 땐 마음대로 나갔어도 들어올 땐 고개들고 못 들어온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친박계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벼룩에도 낯짝이 있다는 속담이 있는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면 최소한의 정치도의는 지켜야 하는것 아니냐"며 "명분도 설득력이 없으며 국민도 당원도 (재입당을) 납득하기 힘들다"고 몰아부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한 친박 김진태 의원은 "홍 후보를 지지하는건 그들 자유지만 한국당 입당은 별개다"며 "이들을 입당시키는 것은 탄핵으로 상처받은 애국시민들의 마음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4선 중진 친박 한선교 의원은 "바른정당 탈당한 분들의 일괄복당이 이뤄지면 저는 14년간 정들었던 한국당을 떠나겠다"며 엄포를 놨다.
안팎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유승민 후보는 바른정당 의원 집단탈당과 관련해 "제가 부덕한 부분도 분명히 있고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5월 8일 밤 12시까지 많은 국민을 만나고 끝까지 제가 선거에 출마한 이유, 대통령이 되려는 이유, 대통령이 돼서 하고 싶은 일을 말씀드리고 5월 9일 국민의 선출을 받도록 하겠다"며 변함없는 대선 완주의사를 밝혔다.
진보 보수를 넘어선 새정치를 주장하는 안철수 후보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지금 이러다가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낡은 양당 세력의 대결 판이 부활할까 걱정된다. 제가 이번 선거 기간 동안 여러분께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다면, 이렇게 과거로 돌아가는 선거를 만들지 않았을 거라는 자책도 하게 된다. 아무리 어려워도 국민께 거짓말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안철수가 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른정당 의원 13명의 지지 선언에도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 상승 효과는 미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미 보수표는 홍 후보에게 몰린 상황이고, 합리적 보수의 개혁정치를 요구했던 유권자들은 유 후보에게 동정표를 던지거나 중도에 남아있는 안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홍 후보가 치고올라가는 모습을 국민이 보면 판이 출렁일 수 있지만 3일부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돼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면서 "최소한 1주일만 더 빨리 왔어도 역전 가능성이 있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촉박하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소속 의원들에게 배신당했다는 동정론이 유권자들 사이에 퍼져 대선에서 득표율이 소폭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최영
[전범주 기자 / 안병준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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