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청와대 관저로 이사한 뒤 맞는 첫 월요일인 15일 오전 참모진들이 일하는 비서동인 여민관으로 첫 출근을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휴일인 지난 14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인해 여민관에 위치한 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주재하기는 했지만 공식출근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54분 곤색 정장에 흰색 셔츠, 하늘색 넥타이 차림으로 관저 문을 열고 나섰다. 자주색 원피스 차림의 김정숙 여사 역시 출근길 배웅에 나섰다. 김 여사는 문 대통령의 팔짱을 끼거나 어깨를 잡는 등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김 여사는 "가세요 여보. 잘 다녀오세요"라며 문 대통령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5m가량 달려가 문 대통령의 옷맵시를 만지며 "바지가 너무 짧아요. 바지 하나 사야겠어요. 다녀와요"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환하게 웃으며 "요즘엔 이게 유행이래"라고 답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출근길도 모두 언론에 공개할 정도로 소통하는 모습이다. 관저 정문 바로 앞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지난 2003년 4월5일 기념식수한 소나무가 서있다.
문 대통령은 관저에서 위민관 3층에 마련된 대통령집무실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주영훈 경호실장과 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일정총괄팀장이 수행했다. 문 대통령은 걷는 도중에 간간이 취재기자들을 향해 "수고 많으십니다"라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이 여민관 건물 앞에 도착하자 대기 중이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과 악수한 뒤 기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서 집무실이 있는 3층으로 이동했다. 이때 시간이 오전 9시 3분이었다. 관저에서 집무실까지 걸어서 9분 걸렸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과 가까이서 토론하고 협의하겠다는 취지로 집무실을 여민관 3층 집무실로 옮겨 일상업무를 보고 있다. 여기에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과 실무직원의 사무실이 있다.
앞서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지난 13일 저녁 청와대로 이사한 뒤 홍제동 성당 유종만 주임신부와 수녀들을 초청해 천주교 축복식을 간소하게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복식은 새 집으로 이사한 곳에 하나님의 축복이 내리기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집안 곳곳에 성수를 뿌리는 천주교 의식이다. 축복식 이후 문 대통령은 유 신부 등과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천주교 신자들 사이에서는 문 대통령이 추기경이나 주교를 모시지 않고 본인이 다니던 주임신부를 초청했다는 사실에 탈권위적인 모습을 재확인했다고 입을 모았다.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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