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정의용 전 주 제네바 대사가 기용된 것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전임 박근혜 정부보다 유연해 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군 출신 기용 여부를 고민하다가 결국 외교관 출신 안보 컨트롤 타워를 낙점함에 따라 최우선 안보 현안인 북핵 위협 대응 과정에서 '제재와 압박 강화'라는 국제 기류에 훨씬 적극적으로 손발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북한과 대화·협상을 추진한다는 방침도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인선 배경에서 △예전 정부에서 안보를 국방의 관점에서만 바라본 점을 지적하며 △북핵위기에서 외교 역할을 강조하고 △안보개념이 확장적 종합적이어야 한다고 밝힌 것도 향후 외교안보 정책이의 방향전환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신임 안보실장은 인선 발표 후 기자들에게 "남북관계애 중점을 둬야 하며 당장 복원하지는 못하겠지만 대화가 단절된 것은 상당히 부자연스럽다"며 "우리가 주도해서 복원해야겠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여건이 다 되있지 않아 차근차근 하겠지만 (남북간) 군 연락통신망은 빨리 복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협력 중시와 일맥 상통하는 발언이다.
정 신임실장은 또 "사드 배치의 필요성 여부를 떠나서 결정과정에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재차 강조한 뒤 "이런 입장을 관련국가에 충분히 설명했고 관련국들도 우리의 판단을 존중하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의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의 국회 비준 동의안이 강하게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 신임 실장은 지난 2월 발족한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외교자문그룹인 '국민아그레망'의 단장을 맡으면서 선거캠프에 합류했다. 정 실장은 1946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왔다. 1971년 외무고시 5회로 외교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외교관 생활 중 미국 하버드대 행정학대학원(케네디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정 실장은 34년간 외교관 생활을 하며 주제네바 대사. 국제노동기구(ILO) 의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외교관이다. 제네바 대사는 통상 관련 업무를 주로 다뤄 외교부 내 경제통들이 부임하는 자리다.
2004년 17대 총선 때 당시 집권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의 비례대표 10번에 배정되면서 국회에 입성했다. 당시 참여정부 통일부장관으로 영향력이 컸던 정동영 현 국민의당 의원이 비례대표로 그를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정통 외교관 출신이 국회의원 뱃지를 단 것은 정 단장이 처음이었다.
정 실장은 정통외교관 출신 1호 국회의원 답게 86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대거 국회로 진출해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인사가 일천했던 여당의 의원외교활동을 주도했다. 당시 의정활동을 함께 했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의원 신분에도 불구하고 미국 비자 발급이 불허되자 정 실장이 미국대사관과 싸우다시피 해 비자를 발급받아낸 것은 아는 사람만 아는 일화다. 임 실장이 학생운동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한 전과를 들어 미 대사관이 비자 발급을 거부하자, 정 실장이 직접 미대사관으로 전화를 걸어 "대한민국 국민이 선택한 현직 국회의원에게 과거 데모를 했다는 이유로 비자를 발급안해주는 게 말이 안된다"고 따졌지만 대사관 측에선 끝까지 발급을 거부하자 개인적인 외교인맥을 가동해 결국 임 실장의 비자가 발급되도록 했다. 당시 정 실장과 이 일로 통화를 한 미 대사관 인사가 바로 현재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국무부 부차관보(대북정책특별대표)인 조셉 윤이었다.
정 실장은 문재인 선대위의 외교자문그룹 내 큰형님으로 통한데 이어 문 대통령 당선 후에도 외교부문에서 핵심역할을 수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 통화에도 배석했고, 청와대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 직을 맡아 활약하며 매슈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만나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 특사를 파견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문 대통령와 개인적인 인연은 없지만 대선캠프에 합류한 이후에는 매주 한번씩 문 대통령과 만나 외교현안을 놓고 논의를 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사드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취임 후 사드를 지렛대로 미국·중국과 대북현안을 협상하겠다는 문 후보의 동북아외교전략의 골자가 정 단장 머리에서 나왔다. 박근혜정부 때 외교부에서 통상기능을 떼어낸 조직개편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이병기 전 비서실장이 그의 이종사촌이다.
정 실장과 외교부에서 함께 근무했던 한 현직 외교부 국장급 인사는 "외교부 내 통상전문가로 명성이 높았다. 합리적이고 명석하고 영어를 탁월하게 구사한다"며 "깔끔하고 매너좋은 전형적인 외교관"이라고 정 단장을 평했다. 정부 관계자는 "업무 욕심이 매우 강하다는 평가"라면서도 "요구하는 것이 매우 많지만
■ He is…
▲1946년 서울 ▲서울고, 서울대 외교학과 ▲통상국장, 주미공사, 주이스라엘대사, 주제네바 대사,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 의장, 17대 국회의원
[안두원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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