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안보도, 경제도 국정 전반에서 훨씬 유능함을 다시 한번 보여주자"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앞으로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가슴에만 간직하고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임기 중에는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대신에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으로서 5년 임기를 마치고 다시 찾아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노무현 친구'라는 그림자에서 벗어나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홀로서기를 선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개혁의지와 이념을 계승하면서도 지난 20년을 성찰해 성공의 길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에 대해 "이상은 높았고 힘이 부족해서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것도 과거 노 전 대통령이 실패했던 전철을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개혁드라이브는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선서식에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다"면서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이어 권력기관 적폐 청산과 관련해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다"며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켜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게 견제 장치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2주일동안 국정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본인부터 격의없이 시민들과 가까이에서 함께했고, 대통령집무실을 비서동이 있는 청와대 여민관으로 옮겨 참모진과 소통했다. 열린 청와대를 지향하면서 특권도 내려놨다.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2019년에는 대통령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긴다. 청와대 직제를 아젠다중심으로 개편해서 부처 위에 군림하지 않고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의 은폐의혹이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재수사를 지시하면서 검찰개혁 신호탄을 쐈다. 문 대통령은 '검찰 돈봉투만찬'사건에 대한 감찰지시를 내렸으며 일부 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최순실게이트 특별검사팀에서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 발탁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같은 검찰개혁 의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창기 행보와도 닮았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2월 취임과 동시에 강금실 법무부장관을 임명하고 개혁성향인사를 중용하는 등 검찰인사를 단행했는데, 이에 대해 집단항명하는 전국 평검사들과 직접 만나 토론한 적이 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검찰개혁 방향을 의논하기 위해서 평검사들을 만나려고 했는데 문재인 수석까지도 '대통령이 직접 검사들을 만나는 것이 무리하게 보인다'고 다들 말렸다"면서도 본인이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 방안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약속했는데, 이 역시 노 전 대통령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적극 추진했던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국정원과 방송개혁에도 손을 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만나 검찰개혁, 국정원 개혁, 방송 개혁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 자리에서 '국회 차원의 합의가 이뤄지기 전이라도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근절해야 한다'며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이 역시 노 전 대통령의 생각과 같이 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3월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뒤 (국정원으로부터)국내 정치문제와 관련한 보고는 일절 받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국정원 개혁 관련해 "인력을 구조조정해버리는 것보다는 좀 더 창조적인 일로 국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를 묶어서 '4자방'비리라고 수차례 언급해왔다. 이 중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하면서 개혁 첫발을 내디뎠다. 명백한 불법행위나 비리가 발견되면 상응하는 방식으로 후속처리하기로 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를 겨냥한 수사로 확대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다음으로 방산비리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전날 국회를 찾아가 국방예산 증액과 함께 방산비리 척결을 위해 국가안보실 내 국방개혁
문 대통령은 5.18기념식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하고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지시하면서 낡은 보수정권 색깔도 지워나가고 있다. 또 문 대통령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선거구제 개편을 포함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국회와 약속했다.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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