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 후보자인 강경화 전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가 25일 귀국해 청문회 준비에 착수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 후보자를 지명한 지 나흘 만이다. 미국 뉴욕에서 서울행 비행기를 타고 이날 새벽 4시 20분경 귀국한 강 후보자는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뤄진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해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서는 추가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4강·북핵 외교 경험'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북핵 문제는 한반도 문제일뿐 아니라 국제 사회 문제로 유엔에서 다뤄본 경험이 있으며 외교부 근무 시절 대통령 통역을 맡아 관련 문제를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고 말했다. 강 후보자는 1998년 외교부에 경력 특채로 입부해 김대중 전 대통령 정상회의 통역을 맡은 바 있다..
강 후보자는 남북 대화 채널 유지 및 대북 인도적 지원 필요성에 대해 "인도적 지원은 인류 보편적 가치에 기인하는 것으로 정치적 고려와는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재직 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남북 (군사적) 대화 채널 필요성을 주장해 온 강 후보자는 대화 재개와 관련해선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았다.
강 후보자는 이날 "외교 사안에 대해선 (외교부) 업무 보고를 받은 뒤 깊은 답변을 드릴 수 있다"며 '한일 위안부 합의'관련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다. 평소 여성 인권과 위안부 문제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던 강 후보자가 이날 '위안부 합의' 질문에는 즉답을 하지 않은 것이다. 강 후보자는 관련 문제를 재차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안에 대한 공부가 더 필요하다"며 공항을 빠져나갔다. 청와대가 강 후보자를 지명하며 선제적으로 공개했던 장녀의 '이중국적·위장전입' 사실에 대해서는 "청문회에서 구체적 답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강 후보자는 오늘 오후부터 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 인근에 마련된 '장관 후보자' 사무실에서 외교부 당국자들과 본격적인 청문회 준비에 들어간다. 외교부는 강 후보자와 최종 논의를 거쳐 조만간 국회에 청문 요청서를 보낼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조실과 대변인실을 중심으로 청문회 실무 작업에 착수하며 북미·북핵국 등 각 지역국 별로 강 후보자에게 북핵 등 한반도 현안에 대한 업무보고를 진행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강 후보자가 '4강(미중일러) 외교와 북핵' 등 한반도 주요 현안에 대한 실무 경험이 없다는 지적에 외교부 관계자는 "유엔에서 10년 가까이 세계 외교 현장을 누빈 강 후보자의 경험이 결코 부족하다고 볼 수 없다"며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청문회 기간 적극 보좌해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문 요청서가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 청문 절차를 마쳐야하는 국회는 늦어도 6월 중순 전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강 후보자를 지명하며 자녀의 '이중국적·위장전입' 논란을 선제적으로 밝힌 상황에서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등 야당 소속
비외무고시 출신으로 외교부에 입부해 외교부 국제기구국장을 지낸 후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까지 역임한 강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70년 외교부 역사의 첫 여성 외교부장관이 된다.
[인천 = 박태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