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심사보고서 채택에 제동이 걸리면서 청문회 정국에 먹구름이 끼는 분위기다.
문재인정부의 인사원칙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후속 조각작업이 연쇄적으로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야권은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했던 '인사배제 5대 원칙'이 무너진 데 대한 청와대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5대 원칙이란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에 연루된 경우 배제한다는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원내4당 간사 회동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했으나 야3당이 동시 반대하면서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특히 자유한국당 등은 청와대가 위장전입 문제 등에 대해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 약속'을 해달라는 선결 조건을 내세웠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위해 제시한 공약으로 5가지의 비리 배제 기준이 있는데 이 후보자는 위장전입 등 3가지가 해당된다"며 "지금 결정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백보 양보해서 '총리 후보자는 예외를 인정해달라, 대신 앞으로 장관 후보자들은 절대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공약을 못 지킨 것에 대한 청와대 입장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청문위원이었던 김광수 의원도 "입장 표명의 수위나 방식을 지켜보고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야권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이 총리 후보자에 관한 한 여전히 인준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당론으로 반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특히 호남 기반의 국민의당이 '호남 총리'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사견을 전제로 "국가적인 현안과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총리 인준이 빨리 되고 정부 조각이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되도록 해 주는 게 국회의 소임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앞서 이 후보자가 총리로서 중대한 결격 사유는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으나 다른 장관급 후보자들의 결격 사유가 잇따라 돌출되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럼에도 120석의 더불어민주당 찬성 표에다 국민의당(40석), 바른정당(20석) 등이 당론으로 반대하지 않을 경우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떠나 다음 주로 예정된 본회의 관문을 통과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시종 이 후보자를 적극 엄호하면서 여야 합의 채택을 압박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개혁성과 대통합 자격을 두루 갖춘 후보자"라며 "총리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장관급 후보자들의 청문회는 난타전을 예고하고 있다. 야권은 줄줄이 이어지는 인사청문회에서 호락호락하진 않겠다며 전의를 다지는 분위기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는 물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이 차례로 '뇌관'이 될 전망이다.
총리를 제외한 청문회 대상자들을 국회가 강제로 낙마시킬 방법은 없지만 정치적 압박으로 인해 스스로 낙마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자유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는 통합진보당 해산에 반대했던 인물로 국가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진짜 낙마시킬 타깃은 강경화, 김이수 후보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회에 김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보내면서 "헌재 재판관으로 재직하면서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에서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는 기각의견을 내는 등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확립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같은 사안에 대해 문 대통령과 한국당이 정반대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충돌이 불가
국회는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위를 여야 13명으로 구성했다. 위원장은 한국당의 유기준 의원이 맡기로 했다. 김도읍 이채익 곽상도 전희경 의원 등이 '공격수'로 나설 예정이며 민주당 '수비수'는 진선미 김성수 금태섭 박주민 정춘숙 의원 등이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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