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미군 3만6940명의 이름을 새겨 넣은 조형물을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 기념공원에 건립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조형물은 '추모의 벽(Wall of Remembrance)'로 불리고 있다.
추모의 벽은 한국전 추모공원 내에 있는 '추모의 연못' 주변을 둘러싸는 원형의 벽(길이 28.26m, 높이 3m)을 크리스탈로 만들고 벽 내부에 전사자의 이름을 새겨 넣을 예정이다. 전사자 명단 이외에 부상·실종·포로의 인원수 각각 9만2134명, 3737명, 4439명도 기록된다. 6·25전쟁에 미군 소속으로 참전했던 한국군(카투사)의 전사자와 부상자, 실종자, 포로의 인원수도 포함시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추모의 벽은 그러나 미 의회가 제정한 관련법(H.R. 1475)이 사업 추진을 승인하고 재원 마련을 위한 기부를 허용했을 뿐 미 연방정부의 예산 투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추모의 벽 건립 재원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명단의 주인공들과 함께 전투를 치렀던 참전용사들이 80대 중·후반에 이른 상황이다. 노년을 맞은 채 미국 각지에서 살고있는 참전용사들은 머나먼 한국땅에서 희생된 전우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을 살아 생전에 꼭 보고싶다는 염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25전쟁에 참전해 '군우리 전투' 등에서 전공을 세워 '퍼플하트 훈장' '동성무공훈장'을 받은 찰스 랭글 전 미 연방하원의원은 매일경제와 만나 "한국전에서 미군 3만6000여명이 죽고 다치고 행방불명됐다"면서 "그들 뿐만 아니라 가족을 잃은 그들의 부모형제들이 지금도 여전히 고통 속에 있는데 우리가 그들을 잊는다는 건 도무지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전 참전기념관은 그러한 희생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하고,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들에게는 역사를 교육하는 현장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가족들이나 전우들이 한국전 참전 기념관을 찾아왔을 때 아버지와 형제와 동료의 이름 만큼은 찾아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름을 통해 그들을 기억하고 한국전의 중요성을 재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보훈처와 매일경제는 '추모의 벽' 건립 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맺고 민간 분야에서 필요한 활동을 공동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참전용사의 공헌을 기억하고 미래세대에게 동맹의 역사를 알리는 곳이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양국의 우호를 증진하자는 데 인식을 같이할 기회로 삼자는 취지로 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
보훈처는 건립사업을 한국 정부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예산도 편성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보훈처는 2017~2019년 3년간 모두 50억원을 편성해 차후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남을 '추모의 벽' 건립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