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정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5일 급격한 건강악화와 교수재직 시절의 부적절한 처신 등을 이유로 사표를 냈다.
청와대가 직제개편으로 국가안보실 위상을 강화한 뒤 외교라인 핵심 보직인 2차장에 지난 달 24일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공식 임명한 이후 12일 만이다.
김 전 차장의 낙마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재직 시절의 부적절한 품행과 관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성단체 쪽에서 김 전 차장의 교수시절 처신을 지적하면서 "청와대 고위직 임명에도 문제가 있다"고 수차례 제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사실상 청와대가 김 전 차장을 경질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차장은 5일 청와대에 출근하지 않았고,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기정 2차장이 업무 과중으로 인한 급격한 건강악화와 시중에 도는 구설 등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표명했다"며 "현재 김 차장은 병원에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차장은 청와대에서 외교·통일 정책, 정보융합, 사이버안보 분야를 총괄하면서 주요 회의에 참석해왔다. 특히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외교현안을 조율했던 핵심 인사의 낙오라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정식 임명된 청와대 수석비서관급(차관급) 인사가 사의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청와대는 지식경제부 1차관 출신의 안현호 전 일자리수석을 지난 1일 내정단계에서 추가검증을 통해 철회한 바 있다.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과 다음 달초 G20정상회의를 앞둔 청와대로서는 초비상이 걸렸다. 오는 7일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야당의 반발로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외교라인 부재 속에 충분한 준비없이 외교무대에 처음 나서야 한다.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 한반도 사드배치, 한미FTA 재협상 등 산적한 외교 현안을 놓고 한미 정상회담
여권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의 부적절한 행동이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에서 외교안보 현안대응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임명을 강행했지만 추가 검증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강계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