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에의 복지는 그들 삶의 예우입니다. 2017. 6. 30. 김정숙'
문재인 대통령 아내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달 3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노인복지시설인 아이오나(IONA) 서비스센터에 찾아가 방명록에 이같이 남겼다. 이 곳은 미술프로그램으로 노화뿐만 아니라 특히 치매를 치료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김 여사는 문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공식행사에 배석하면서도 짬을 내어 별도 일정으로 조용하지만 유쾌한 '내조외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전세계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어르신들의 치매문제에 대해 국가가 어떻게 보호하고 함께 갈 것인가는 세계적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의 경우 급격한 노령인구 증가와 함께 치매문제가 국가적 커다란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며 "(6.25) 전쟁도 겪었기에 전쟁 미망인도 있고 그분들이 치르신 삶 자체를 국가가 보호해주고 마지막 길에 행복하게 해줄 책임이 국가에게 있다고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는 "IONA 미술프로그램은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자기가 갖고 있는 기억을 붙들어 매어 (치매가)빨리 진전되지 않게 하는 좋은 선례가 있고, 그것에 제가 특별히 관심이 있었기에 보고 싶었다"며 방문한 의미를 설명했다.
김 여사는 본인의 어머니도 급격하게 치매를 앓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 여사는 "어머니는 지금 우리도 못 알아보는 상태가 됐다"며 "지켜보는 가족들이 너무 아프고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자기 기억력이 있을 때가 조금 더 지속되어 행복하게 느끼고 하는 게 과연 어떻게 성공할 지 꼭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한국에 돌아가서 어른신들에게 보탬이 되고,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하면서 "(치매 치료 미술프로그램을) 배우고 가겠다"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김 여사는 이날 그림 그리며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있는 노인들을 일일이 살펴보고 건강회복을 기원하면서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 해군으로 복무한 잭 셀러씨의 그림을 지켜보던 김 여사는 관계자들의 요청에 직접 붓을 들고 셀러씨의 그림 옆에 파랑새를 그렸다. 이에 대해 셀러씨가 "도버 해협을 넘는 파랑새 같고, 해군에서 근무하던 때가 생각난다"고 말하자, 김 여사는 웃음을 보이며 "아주 못 그렸습니다"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일정을 마친 김 여사는 치매 노인들이 그린 그림을 선물로 받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한편 아이오나 노인복지시설 미술치료사인 베스 김씨가 뒤늦게 메일을 보내와 “치매노인께서 김정숙 여사가 그린 파랑새를 보고 수업 중에 파랑새 노래를 불렀다”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이 노인분께서 젊은시절 해군으로 복무하실때 들으시던 노래라고하는데, 여사님의 '파랑새'가 좋은 매개체가 되어 치매환자분의 기억력 치료효과를 가져온 것
이날 김 여사는 흰 바지에 연한 분홍색 블라우스를 입었다. 블라우스에는 한자인 공경할 '悌'(제) 자와 할미새, 앵두나무를 형상화 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청와대는 "김 여사가 노인에 대한 공경을 주제로 한국에서 특별히 준비해 온 의상"이라고 전했다.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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