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을 만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논의 시 한국입장을 잘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매케인 위원장은 최첨단 평택미군기지 조성, 미군기지 부지 무상제공, 한국의 무기수입액 등 한미동맹관련 한국측 노력에 대해 미국 국민들에게 계속 상기시켜 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언론발표에서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대해 공정한 부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뒤에 이뤄진 대화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매케인 위원장을 별도로 접견하고 북핵문제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 한미 현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애초 한미정상회담 일정에 매케인 위원장과의 면담은 없었으나, 문 대통령은 매케인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바쁜 시간을 쪼개 만났다. 매케인 위원장이 지난 5월 방한의사를 타진하면서 문 대통령과 면담을 희망했으나 무산되자, 일부 외신들이 '문 대통령이 미국 주요 인사를 만나지 않고 있다'는 홀대론을 제기했는데 이번 만남을 통해 논란을 잠재웠다. 당시 문 대통령은 주말 일정을 비우고 매케인 위원장을 기다렸지만, 되레 매케인 위원장 측에서 방한이 어렵다고 해서 면담이 취소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매케인 위원장에게 "평택 미군기지는 450만평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넓고, 또한 최첨단으로 조성되고 있다"며 "관련 비용의 약 100억불을 한국이 부담하고 있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국 내 다른 미군 기지들에 대해서도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GDP 대비 가장 높은 비율의 국방비 지출 국가 중에 하나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무기 수입액이 높은 나라임을 재인식시키면서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 관련해 논의를 할 때 이같은 한국 사정을 매케인 위원장이 잘 설명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매케인 위원장은 "이러한 사실을 미국 국민들에게 계속 상기시켜 주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가 아주 성공적이고 모든 언론과 보고서들에서 좋은 평가만 나오고 있다"면서 "앞으로 5년 임기의 좋은 출발을 한 것으로 평가하며 미국에는 저처럼 한국을 도와줄 사람들이 많다"고 화답했다.
특히 매케인 위원장은 "평택 주한미군기지 이전 관련해 한국 정부의 협력과 지원에 감사드린다"며 "지금은 어려운 도전에 직면한 시기이고 한미 간 이견이 있더라도 파트너로서 대화와 협상으로 얼마든지 풀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사드 배치에 관해 환경영향평가를 나서는 한국 측의 움직임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비용의 한국 부담을 말했을 때 매케인 의원께서 반대 의견을 내주신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사드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는 것이 국민을 이끄는 올바른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며, 굳건한 한미동맹의 정신에 기초해 좋은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매케인 위원장도 "저는 문 대통령께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믿고 있다"고 대답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상원 지도부 간담회에서 매케인 위원장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매케인 위원장은 전날 만남을 되돌아보면서 문 대통령에게 "만나주셔서 감사하다"며 "어제 상원 지도부 면담을 하셨는데, 의원들의 질의에 침착하게 답변하신 것이 좋은 인상을 줬다"고 평가했다. 매케인 위원장은 또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지난 3대에 걸친 미국 행정부의 정책은 실패했으며, 이제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팀은 역대 최강이고, 저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보다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매케인 위원장은 "한일 간의 여러 이슈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 가슴 아픈 사안이고, 한국인의 자존심에 타격을 입힌 것으로 해결이 어렵다는 것도 잘 안다"며 "이런 민감한 문제 해결에 대통령님의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새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을 외교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을 높이 평가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한미 양국이 같은 자세로 공조하면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확신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미를 통해 그 동안의 외교 공백을 회복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한 것은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또 "오랫동안 임기를 함께할 트럼프 대통령과 우정과 신뢰의 출발을 한 것도 큰 보람"이라며 "굳건한 한미동맹에 기초한 통일된 행동없이는 북핵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며, 그런 생각으로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매케인 위원장과 앞으로도 자주 만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면서 홀대론을 불식시켰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 당선 축하 성명을 내주셨고, 이번 방미 때도 지지결의안을 주도해 주셨다"며 "어제 상원 지도부 면담 때도 중심 역할을 해주시고 끝까지 자리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방한이 무산된 것이 아쉬웠다"며 "언제든지 한국에 오시면 연락 달라"고 말했다.
매케인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다시 한 번 축
[워싱턴 =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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