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심야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을 기습발사함에 따라 한반도 주변에 군사적 긴장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지난 4일 발사한 ICBM급 화성-14 발사에 대해 고강도 제재 추진으로 상황에서 북한은 오히려 노골적으로 도발을 감행했다. 더욱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사정권 안에 있음이 입증됐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당분간 북한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강대강의 대치 속에 '위기의 8월'을 맞이할 전망이다.
◆사거리 1만여㎞급 신형 ICBM 추정
북한이 자강도 무평리에서 지난 28일 저녁 11시 41분께 발사한 미사일은 고도 3724㎞, 비행 거리는 998㎞, 47분 12초 비행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4일 발사한 화성-14형의 최고 고도는 2802㎞, 비행 거리는 933㎞였다. 이번 실험 발사한 미사일은 화성-14형보다 900㎞ 정도 더 높이 올라갔고, 비행 거리도 60여㎞ 늘었다.
탄도미사일의 최고 고도에 3∼4를 곱해 사거리를 계산하기 때문에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사거리 1만㎞급 이상으로 추정된다.
평양에서 알래스카까지는 6000㎞, 하와이까지는 7600㎞, 샌프란시스코까지는 9000㎞가량이다. 이에 따라 군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화성-14형 개량형 또는 신형 ICBM급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일단 화성-14형의 추가 발사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난 4일 1차 발사 성공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더욱 높은 최대 추력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어 이번 발사에 대기권 재진입 실험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도 "재돌입 환경에서 유도 및 자세조정 정확 진행"고 밝혔다. 하지만 한미는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아직 완성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심야 미사일 기습발사는 요격회피 의도
북한이 심야 시간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한미 군 당국의 미사일 방어 태세를 떠보거나 요격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자강도에서 ICBM급 또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전협정 체결 64주년을 앞두고 그동안 군 당국은 평북 구성 일대에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주로 포착했다.
이에 따라 평북 구성쪽에서 의도적으로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실제로는 자강도 일대에서 미사일 발사했다. 이는 '성동격서식'의 도발로 한미 군 당국에 피로감을 주려는 의도가 해석된다.
또한 미사일을 심야에 전격적으로 발사해 요격체계 가동시간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다. 일각에서는 미사일 발사 시간이 미국 현지시간으로는 오전이기 때문에 미국을 겨냥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처럼 심야에 미사일을 쏜 사례는 거의 드물다"면서 "한미 군 당국에 피로감을 주면서 대비태세를 교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미, 동해서 탄도미사일 발사 무력시위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고 "북한의 전략적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로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발사 등 보다 강력한 무력시위를 전개하라"고 지시했다. 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 군은 29일 새벽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응해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합참은 "이날 사격에는 한국군의 현무-2와 미 8군의 ATACMS(에이태킴스)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표적에 정확히 명중시킴으로써 유사시 적 지도부를 정밀 타격하는 한미 연합전력의 대응능력을 재차 확인하였다"고 강조했다. 합참은 "이번 한미 연합 미사일 사격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후 약 6시간 만에 이루어져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도발시 즉각 응징하겠다'는 한미동맹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정부는 29일 북한의 진전된 ICBM급 추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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