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미국의 대응 따라 北 행동 달라져"
북한의 괌 주변 수역 포격 위협으로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북핵 문제를 다뤘던 전직 고위 외교관은 앞으로 미국이 북한에 전할 메시지에 따라 북한의 도발 실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우리 정부의 메시지는 북한에 고강도 도발의 중단을 촉구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11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검토를 천명한 괌 근해로의 미사일 '포위 사격'에 대해 "김정은이 하는 것은 결국 살길을 찾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감행했을 때 미국이 망신을 당하더라도 대응을 안 할 것이라는 확신이 서면 도발을 할 것이고, 미국이 그에 대해 보복할 것으로 믿으면 안 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언사와 달리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문턱을 낮추는 징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조건이 맞는다면 북한과 앉아 미래에 관해 대화할 수 있다"며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최상의 신호는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을 대화 조건 완화로 해석했습니다.
천 전 수석은 "그동안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해야 대화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비핵화 약속 없이도 미사일 발사만 중단하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후퇴한 것"이라며 "이것이 최근 미국이 보인 움직임 중 가장 크고 의미 있는 변화"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지금 대화의 조건을 조금이라도 더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들이 미국에 얼마나 큰 해를 끼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위성락 전 주 러시아 대사는 현 상황을 "위기 국면"이라고 진단한 뒤 "북한이 실제로 (괌 근해에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며 "북한이 발사하면 미국은 어떻게든 대처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위 전 대사는 "앞으로 북한은 (김정은에 대한) 보고를 마치고 명령을 기다린다는 발표를 함으로써 '발사 명령 하달 직전'의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며 "막상 발사 명령을 내릴지는 모르지만 발사명령 직전의 상황까지는 북한은 끌고 갈 것 같고, 미국은 그에 대해 입장을 낼지 모른다"고 전망했습니다.
위 전 대사는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해 "북한의 도발 강도가 지나친 것이니까 북한에 대해서 메시지를 내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며 "(정부 대응이) 양쪽을 다 말리는 것이 될 수도 있는데 지금 상황을 감안해 보면 그것보다는 북한
그와 동시에 우리 정부가 물밑에서는 미국과 대화를 해서 상황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영향력이 제한적일지라도 중국이 여러 방면에서 (중재를 위한) 노력을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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