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라이트 훅을 예고했던 싸움꾼이 가벼운 레프트 잽만 날렸다. 추가 공격의 가능성과 대화의 가능성을 모두 고려한 전략적 선택인 셈이다. 북한이 지난 26일 동해상으로 3발의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것은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한 견제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미국을 직접 자극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계산된 도발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오전 강원도 깃대령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단거리 발사체를 3발 발사했다. 지난달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이후 한 달 만의 추가 도발이었다.
아직 발사체의 정체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개량된 '300mm 방사포', 미국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분석을 내놨지만 어느 쪽이든 한미 양국이 우려하던 전략적 도발과는 거리가 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도 을지연습 기간 통상적인 대응훈련을 해 왔는데 그런 차원의 문제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서해 백령도와 대연평도를 겨냥한 가상 점령훈련을 실시한 것도 같은 연장 선상에 있다고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저강도 공격'으로 도발의 수위를 조절한 것은 최악의 상황을 넘긴 북미 협상의 '판'을 깨지 않으면서도 북미 대화는 물론 남북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갖고 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향후 북미협상이 진행되면 남측을 인질로 삼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청와대는 국면 전환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이 상황을 더 악화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며 "대화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큰 신호"라고 설명했다.
미국 일본 중국의 주요 언론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한 노골적인 반발”로 해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겨냥해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으며, 미국의 반격을 의식해 중거리 탄도미사일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신 단거리 미사일을 선택해 도발의 강도를 낮췄다고 분석했다.
중국 CCTV는 북한이 ICBM이 아닌 단거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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