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재판에서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지길 바란다"고 발언한 것은 스스로를 '사법적 피의자'가 아니라 '정치보복의 피해자'로 규정하는 프레임 전쟁을 시작하는 신호탄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에따라 박 전 대통령이 재판을 사실상 보이콧하고, 박사모 등 지지자들 중심으로 장외투쟁을 유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박 전 대통령의 발언에 동조하는 성명을 내놨지만 온도차이가 있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 마디 반성이 없어 실망스럽다"며 박 전 대통령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발언에는 변명과 선동만 있고, 지지자들의 결집만을 유도하는 데 급급한 모습만 보였다. 국민의 마음에 실망과 분노만 안겨주고 말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 국민에 대한 사죄의 마음"이라면서 "자신과 비선 실세들이 저지른 국정농단에 맞서, 지난 겨울 차디찬 아스팔트 위에서 촛불을 들어야만 했던 국민에 대한 죄송함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은 "1700만 국민들이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탄핵된 국정농단의 최정점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운운은 적반하장이다"며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한 국정 공백으로 경제·안보에 심각한 위험 요인이 생겼고 모든 피해를 국민들이 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사법부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한국당의 문제 제기와 맥락이 닿아 있다"면서 "구속기간 연장의 부당성 등에 대한 지적으로 보인다"고 옹호했다. 박 전 대통령의 '배신감이 든다' 등의 발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마다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바른정당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피고인 신분으로 방어권 차원에서 본인의 심경을 이야기한 것"이라면서 "정치권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 발언의 적절성 여부를 둘러싸고 격한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더 이상 법원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삼권분립에 대한 정면도전” “대한민국 법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한 반면, 한국당 친박계 의원들은 “6개월간 괴롭히고 꼼수로 구속연장을 해놨는데 그 정도 말도 못하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박 전대통령의 법정 발언에 대한 견해를 묻는 의원들 질의에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상당수 국민들은 이명박·박근혜 두 대통령의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는 지난 13일 CBS 의뢰로 전국 성인 남녀 5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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