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캠프에서 발생한 성추행이 최근 공개되면서 서울시가 다급히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직원 게시판에서 여직원들이 익명으로 직접 겪은 성추행 사례들이 잇따라 올리며 서울시도 '미투'(Me Too) 운동의 파장에 휩쓸리고 있다.
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여성 작가 A씨는 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던 중 자신과 다른 여성이 캠프 총괄 활동가 B씨한테 성추행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A씨는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하지 않은 강남권 자원봉사자였으며,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역시 자원봉사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당시 박 시장이 변호사를 통해 성추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지시하고, 선거백서에도 내용을 남겨 선거원들을 보호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시장이 SNS를 통해 사과해야만 폭로 글을 내릴 것이며 불충분하다 판단하면 언론에도 알리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피해여성에게 즉각 사과했다. 박 시장은 "2014년 시장 선거캠프 강남지역 사무소에서 인연을 맺은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피해자가 안전하고 안심하며, 최종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또 "해당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련 공적기관에 엄정한 조사를 요청한다. 동시에 어떻게 이런 상황이 됐는지, 왜 당시에 문제 제기가 되지 않고 무마됐는지 모든 것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는 1일 SNS에 "(성추행) 사실은 이미 캠프활동 보고서에 밝혔고, 합당한 대안을 바랐다"며 "필명으로 글을 올리면 아무래도 영향이 있을 것 같아 실명으로 올릴 예정"이라고 글을 올렸다. 하지만 A씨는 2일 해당 SNS 주소를 비공개로 전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박 시장은 2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그런 것조차 제 불찰이다"며 "일단 피해자가 그런 주장을 하고 계시고 저희들이 파악을 해보니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것 같아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이미 드렸다"고 말했다. 또 "왜 당시에 문제가 저한테까지 보고가 안 됐는지 등 모든 걸 철저히 조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사건을 조사하기로 했다.
김종욱 정무부시장이 2일 기자들과 차담회를 열고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해 사건 발생부터 사후처리 과정까지 모든 것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위해 여성 문제 관련 변호사나 성폭력 전문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상담소 추천을 받아 외부전문가 3인으로 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김 부시장은 "당시 성희롱 사건 관련해서 박 시장은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A씨의 피해 사실은 선거캠프본부 조직관리를 맡고 있던 팀장에게까지만 보고됐다는 것이다. 팀장은 A씨에게 변호사를 소개했고, 재발방지 대책이 담긴 선거백서를 주문했지만 결과적으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김 부시장은 "위원회 활동 결과에 따라 성희롱 사실 확인되면 국가인권위원회 조치 의뢰하고 사후조치와 관련해 서울시와 관계자에 재발방지 조치를 내리겠다"며 "이번 선거캠프를 구성하면서 구성원과 자원봉사자에게 성희롱이나 성추행 예방교육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내부 익명게시판에도 '미투' 바람을 타고 '나도 당했다'는 취지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형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강북3) 의원에 따르면 내부 게시판에는 지난달 7일 '우리도 미투할까요'라는 글이 처음 올라온 이래 지난달 말까지 314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다. 이 글의 조회 수는 4800회를 넘겼다.
게시판에는 "식당에서 내 허벅지에 손을 올린 채 아내와의 성생활에 관한 이야기까지 꺼냈다"거나 "얼마 전 5급이 7급
시 관계자는 "익명게시판 특성 상 아직 피해자와 가해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아 구체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일단 시 차원의 진상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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