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의 조건을 둘러싼 양측의 '샅바싸움'이 점점 가열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오직 비핵화 대화'를 사실상의 전제조건으로 강조하자 북한은 '전제조건 있는 대화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응수한 양상입니다.
북한은 3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외무성 대변인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북미 대화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좀 더 분명히 했습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우선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방남 때 밝힌 자신들의 '북미대화 용의' 표명 이후 미국에서 '적절한 조건' 하에서의 대화를 강조하는 반응이 나오는데 대해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수십 년간에 걸치는 조미(북미)회담 역사에서 우리는 단 한 번도 미국과 전제조건적인 대화탁에 마주앉은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 "군사적 선택을 피하지 않을 것" 등의 입장을 밝힌 것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북미대화 관련 입장 표명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은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외교적으로,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우리의 일관하고도 원칙적인 입장"이라면서 "우리가 지향하는 대화는 국가들 사이에 평등한 입장에서 호상(상호)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논의 해결하는 대화"라는 입장도 거듭 밝혔습니다.
미국이 비핵화를 목표로 한 대화에 북한이 나올 때까지 최대한도의 압박을 가하겠다는 강경 기조를 굽히지 않자 북한은 북한대로 미국이 만들려는 대화 틀에 선선히 들어가지 않을 것임을 밝히는 동시에 군사옵션 위협에 굴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 셈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4일 "대화에 대한 양측의 기본 의지는 확인이 됐는데, 서로 유리한 입장에서 대화를 하려는 기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며 "비핵화를 의제로 삼느냐 여부 등을 놓고 어느 쪽이 공격자의 입장에 서느냐를 다투고 있는 양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북핵 외교가는 북한의 3일 입장 표명 형식과 내용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이 미국의 강경한 입장에 반발하는 모양새를 취하긴 했지만 '북미대화 용의'를 확인하면서 '판'을 깨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러운 대응을 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형식면에서는 '성명'이나 '담화'보다 덜 공식적인 '외무성 대변인의 문답'을 택했습니다.
내용면에서는 '전제조건적인 대화에 나설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평등한 입장에서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는 대화를 지향'한다고 밝힌 점 등은 북미간 조율의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에 하나하나 대꾸하는 형식"이라며 "이는 트럼프의 입장을 북한도 주목하고 있으며 나름대로 진지하게 대응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외교가는 내달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기 전까지 북미 양측이 이 같은 신경전을 벌여가며 대화 가능성을 탐색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양측이 '접점'을 찾는데는 우리 정부가 파견키로 한 대북 특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보입니다.
북한 외무성의 이번 입장 표명은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대화'에 대한 자신들의 정리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이에 대한 한미 양국의 조율된 입장을
최소한 북미 간 비핵화 대화로 연결할 수 있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발언을 받아와야 한미훈련 재개 전까지의 '골든타임'안에 북미대화를 성사시킨다는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북특사단의 방북 결과는 더욱 주목되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