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4인 선거구제 신설을 통한 정치개혁을 무산시켰다.
20일 서울시 행정자치위원회는 비공개 협의를 거쳐 4인 선거구를 7개 신설하는 내용의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 최종안을 '0'개로 재수정해 본회의에서 의결시켰다. 서울시의회의 의결에 따라, 6.13 서울시 기초의원 선거에서 4인 선거구는 아예 사라지고 2인 선거구는 105개로 늘어나게 된다. 소수정당에서 당선자를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이다.
행자위는 이날 방청객들의 방청도 불허한 채 비공개로 수정안을 상정하며 논란을 빚었다. 행자위의 날치기 상정에 반발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소속 의원 8명은 "거대 양당의 기득권 지키기"라며 의장석을 점거, 본회의 개의를 저지하기도 했다. 이에 정의당 서울시당은 긴급논평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깜깜이 밀심야합의 주범이다"며 "거대양당의 기득권유지를 위한 탐욕의 카르텔 앞에 민심그대로 선거제도개혁은 이번에도 역시 좌초직전의 위기이다"고 비판했다.
당초 서울시 선거구획정위는 거대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정치구조를 개혁하겠다며 4인 선거구를 35곳으로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초안을 내놓았지만 양당의 거센 반발로 지난 10일 초안을 폐기하고 7곳으로 후퇴한 수정안을 제출해 둔 상태였다. 그러나 7곳의 지역구마저도 행자위가 이날 모두 2인 선거구로 쪼개버린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 기초의원 선거는 거대 양당에 유리한 '2인 선거구'로만 운용되어 오며 시의회 전체 106석 중 민주당이 무려 71석, 한국당이 26석을 독과점해왔다. 4인 선거구를 도입하면 해당 선거구에서 득표일 1위부터 4위까지가 당선돼 사표가 방지되고 정치 신인 및 소수당의 기초의회 진입이 용이해지는 데 반해 기존의 2인 선거구제는 대개 득표율 1,2위를 점하는 민주당과 한국당에만 유리한 선거구제였기 때문이다.
이날 날치기 상정을 주도한 서울시 행자위는 전체 10명의 위원 중 민주당 소속 위원이 8명, 한국당 위원이 2명으로, 민주당은 서울시 기초의회의 정치개혁이 전면 무산된 책임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서울시청 핵심 관계자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개혁을 말하던 서울시 선거구 획정위가 급격히 선거구제 개편에 소극적이게 된 데에는 민주당의 입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며 "선거구 개혁안이 이렇게 불발된 것은 서울시의 의지라기보다는 중앙당의 뜻이다 "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지방의회의 다원성과 국민대표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편이 바로 4인 선거구제다"며 "민주당은 지방분권 개헌을 말하면서 정작 그 지방분권의 주축이 되어야 할 지방의회를 거대양당이 나눠 차지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 역시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2인선거구로 쪼개서 집권당과 제1야당만 하겠다는 것은 부적절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짓밟는 행위다"며 "국민들이 반드시 심판 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민주평화당도 이날 앞서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 규탄대회'를 열며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한 민주당마저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 한국당과 공조하고 있는데 이게 적폐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한편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시 기초의회 선거구 획정에 중앙당의 압력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며 "4인 선거구는 비용문제 때문에 지방의회에서부터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고 한국당이 주도적으로 선거구제 개편을 수용하고자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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