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병 갑질 논란'이 발단이 돼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의 1심 재판이 일부 유죄 판결로 어제(14일) 일단락됐습니다.
이 사건 재판은 박 전 대장의 유무죄에 대한 심리에 앞서 절차상 문제가 초기부터 쟁점으로 부각됐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군 검찰이 박 전 대장을 재판에 넘길 당시 박 전 대장의 신분을 군인으로 보느냐 아니면 민간인으로 보느냐입니다.
헌법 27조 2항은 군인이 아닌 일반 국민은 간첩죄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민간법원에서 재판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박 전 대장의 기소 당시 신분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군 검찰의 이 사건 기소가 유지될 수도 혹은 무효가 될 수도 있어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박 전 대장은 작년 7월 공관병에게 전자팔찌를 채우고 텃밭 관리를 시켰다는 등의 갖가지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고 곧 군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습니다.
이에 국방부는 같은 해 8월 8일 수뇌부 인사를 통해 박 전 대장을 2작전사령관에서 면직했습니다.
군 인사법은 중장급 이상의 장교가 면직될 경우 자동으로 전역 조치 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장은 면직된 순간 군인이 아닌 민간인 신분이지만 국방부는 그가 현역 신분을 유지한 채 군 검찰의 수사를 받도록 하고자 '정책연수' 발령을 내고 전역을 연기했습니다.
현역 대장이 인사에서 보직을 얻지 못했는데도 전역하지 않고 현역 신분을 유지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당시 국방부는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을 엄정히 처리하는 차원에서 이같이 조치했습니다.
박 전 대장은 이에 항의하는 인사소청을 국방부에 제기했고 작년 10월 군 검찰에 기소돼 군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때는 자신은 민간인이므로 민간법원으로 재판을 옮겨달라는 '재판권 쟁의에 대한 재정신청'을 대법원에 냈습니다.
대법원은 군 인사법에 따라 박 전 대장이 보직에서 물러난 시점에 전역한 것으로 봐야 하며, 민간인이 된 그에 대한 재판권은 민간법원에 있다고 판단, 사실상 박 전 대장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박 전 대장 측은 같은 맥락에서 이번 재판에서도 민간인인 자신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군 검찰에 의해 이뤄졌으므로 무효이니 공소기각 판결을 해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박 전 대장 측 주장은 받아들여 지지 않았습니다.
이날 재판부는 "대법원이 결정한 것처럼 피고인은 2017년 8월 9일 이후 군인의 신분을 벗어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기소 당시 군 법원에 재판권이 없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기소까지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피고인의 전역을 국방부에서 수리하지 않은 이상 피고인은 외형상 군인으로 신분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봐야 하고 군사법원에는 재판권이 없다는 사실이 당시에는 다툼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하지 않았으며 군 검찰 또한 이에 대해 명백히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전 대장이 군 검찰 기소 당시 군인 신분을 유지했고 군 검찰은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기소했으므로 기소 자체를 무효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뜻입니다.
대법원은 군 검찰의 기소가 정당한지가 아닌 재판권에 관해서만 판단해 이번 재판부의 판단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한편 박 전 대장은 뇌물 혐의 일부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400만원, 추징 184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