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조율이 안 돼서 북미고위급회담이 취소됐다" 석연치 않은 해명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치부 오지예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고위급 회담 취소와 관련해 "제재 해제는 쌍방향"이란 표현을 썼어요.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요
【 기자 】
그 표현 때문에, 혹시 미국이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동시에 할 수 있다고 한 발 양보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맥락을 살펴보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쭉 들어봤는데, 달랐습니다.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나는 급하지 않습니다. 급하지 않아요. 제재는 계속 되고 있습니다."
들으신 것처럼 바로 "제재는 유지되고 있다"는 4번, "서두를 게 없다"는 표현이 7번이나 반복했는데요.
결국 미국은 북한이 제재 완화를 위해 회담 연기로 판을 흔들어도, 말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2 】
결국 제재 완화 vs 상응 조치라는 이견은 여전한데요. 오 기자, 며칠 전만 해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이번 회담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지 않았습니까.
【 기자 】
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방북 이후, 곧 회담이 열린다는 발언을 잇따라 쏟아냈는데요.
이게 사실은 처음부터 개최가 어려웠는데,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미국측 전략이었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고유환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선거 결과 나오는 날 회담 한다는 게 처음부터 무리한 일정…선거 전략상 그렇게 했을 수도 있어요. 유권자들에게는 북핵 위기관리가 돼 있고 모맨텀 유지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잖아요. "
【 질문3 】
하지만 정작 이번 회담 연기를 요청한 건 북한이라고 강경화 외교장관이 밝혔잖아요.
【 기자 】
네, 일본 외신 보도를 통해 북측 대표단의 베이징발 뉴욕행 항공편은 예약과 취소를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북한이 막판까지 고민했다가 회담을 연기한 건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요청이 불발된 탓이라는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측이 미측에 김영철 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외부 일정 상의 이유로 미국이 확답을 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 질문4 】
그래서 미국이 일정 재조정 문제라고, 대화는 잘되고 있다고 누차 설명한 걸로 보이는데, 관심은 북미가 언제 다시 만나냐는 거겠죠?
【 기자 】
네, 먼저 중간선거가 끝났으니 양측 모두 정세를 분석하며 숨을 고른 뒤 조만간 만날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취소됐다 재개되는데 한 달 반 정도 걸린 점을 감안했을 때, 당분간은 어렵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게다가 양측의 달라진 협상 분위기도 장애물로 보입니다.
이번에 김영철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려 했던 점을 미뤄볼 때, 북한은 친서를 통해 빅딜을 성사하려는 '톱다운'을 원한 것 같은데요.
반면 미측은 요즘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행보에 힘을 실으며 '다운톱' 그러니깐 실무 협상을 강조하는 양상입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아직 북한 매체에서 관련 보도가 없는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 앵커멘트 】
오지예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