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남·대외 선전매체를 통해 비핵화 의지를 연일 강조하며 미국의 '제재완화' 결단을 촉구했다.
북측은 지난달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핵시설·핵물질과 함께 대량살상무기(WMD) 완전폐기 등을 포함한 '빅딜'론을 펼치는 것에 '단계적 해결'을 거듭 주장하며 진정성을 호소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13일 북측 대외용 매체 '메아리'는 "두 나라(미·북)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한)반도에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가려는 것은 우리 공화국(북한)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매체에서 북측은 자신들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영변 핵시설 영구·완전 폐기' 제안에 대해서는 "두 나라 사이의 신뢰 조성과 단계적 해결 원칙에 따라 가장 현실적이며 통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자평했다. 또 자신들의 비핵화 제안과 그에 상응한 제재완화 요구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의 미국 정부의 입장과 요구도 충분히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영변 폐기·부분적 제재완화 맞교환)보다 더 좋은 방안은 사실상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치한 견해이며 이에 대해서는 미국 자신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측은 "미 당국자들은 주견(자기의 주장이 있는 의견)과 배짱을 가지고 조미(북미)관계의 새 역사를 개척해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바라는 인류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던 북측이 선전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일제히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는 시기적으로 미국 싱크탱크에서 동창리·산음동 미사일 관련 시설 움직임을 공개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실망'을 언급한 시점과 겹친다.
이같은 북측의 움직임은 우선 궤도이탈 조짐을 보이는 미·북 대화를 지속할 의지를 밝히며 정세를 관리하기 위한 나름의 의도로 해석된다. 대화 판은 유지하되 자신들이 원하는 '단계적 비핵화' 구상을 미국이 수용하라는 우회적 압박이라는 것이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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