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른미래당 일각에서 '채이배 후임 정책위의장설'이 제기된 가운데, 이는 손학규 대표 '인력 풀(pool)'이 고갈된 상황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8일 매일경제가 바른미래당 의원 구성을 분석한 결과, 손 대표가 정책위의장직을 맡길 수 있는 '가용인력'은 이찬열·채이배·임재훈·최도자 의원 등 4명에 불과했다.
권은희 정책위의장이 지난 3일 김관영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지도부 퇴진론'에 힘을 실으면서, 정책위의장 교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왔다. 더군다나 당연직 최고위원인 권 의장이 지난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에서 강제로 쫓겨난 이후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면서, 정상적인(의결권을 가진)최고위 개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손 대표가 권 의장을 해임한다더라도 후임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8일 의원총회' 개최를 이끈 의원총회 소집요구서에 서명한 의원은 총 15명인데, 이들은 잠재적으로 손학규 대표 체제에도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 의원들이 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은 김관영 원내대표의 사퇴다. 지난달 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에서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 강제 사보임 등 강행처리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이다.
그러나 이들 의원들은 '김관영 원내지도부'뿐 아니라 '손학규 당 지도부'에도 반기를 들 여지가 있다. ▲이들 중 일부가 패스트트랙 강행처리 문제로 손학규 대표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고 ▲김관영 원내대표의 패스트트랙 강행추진에 손학규 대표의 영향력이 작용했었으며 ▲손학규 대표가 '원내지도부 교체' 요구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그렇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손학규 대표에게 '확실한 내편'은 이 의총소집요구서에 서명하지 않은 의원들이다. 즉 김동철·박주선·주승용·이찬열·김관영·김성식·채이배·임재훈·최도자 의원(선수 수) 등 9명이다. 당원권이 정지된 장정숙·박주현·이상돈 의원과 바른미래당 출범 이후 당무에 불참하고 있는 박선숙 의원은 논외로 처리했다.
그나마 이중에서 5명의 의원은 '격'의 차원 또는 현실적 문제들로 정책위의장이라는 직책을 맡기에 부적합하다. 김동철 의원은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를, 박주선 의원은 국회 부의장·당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주승용 의원은 현역 부의장인데다 이미 지명직최고위원을 맡고 있다. 김관영 의원은 현역 원내대표고, 김성식 의원은 유력한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부적격 사유'가 있는 인물들을 제외하면 가용인력은 3선의 이찬열 의원과 채이배·임재훈·최도자 등 초선 비례대표 의원 3명 뿐이다.
최근 이런 인력난을 인정하는 발언들이 당권파에서도 나오고 있다. 국회 부의장인 주승용 의원은 지명직 최고위원 자격으로 최고위에 처음 출석한 8일 "앞으로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부대표라도 맡아 달라 하면 부대표라도 맡겠다"고 말했다. 현 지도부 수호 의지를 나타낸 것이지만, '손학규·김관영' 체제 당권파의 인력 고갈 상황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당 출신의 한 당권파 의원의 말은 보다 적나라하다. 이 의원은 "후임 정책위의장을 고르려한다면, 명확하게 한쪽 진영에 서 있는 사람들을 빼고 나머지에서 선택해야 해서 인재풀이 없다. 선수나 성별을 고려 할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손학규 대표 입장에서는 정치력, 선수보다는 자신과 호흡이 맞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임 인선이 여의치 않는 상황에서 손학규 대표는 권은희 정책위의장의 최고위 복귀 기대를 거두지 않고 있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권 의장 불참으로 최고위가 의결정족수(전체 9명 중 5명 참석)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질문에 "지금 당장은 꼭 의결사항이 필요한 게 없다"며 애써 사태의 심각성을 낮게 평가했다. 또 "(권 의장이)들어오겠죠"라며 그의 복귀를 기대했다. 그러나 권 의장은 김 원내대표 사퇴와 조기 원내대표 선거를 요구한 이후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권은희 의장을 실제로 교체하게 됐을 경우, 손 대표라면 4명의 인력풀에서 누구를 고를까? 고려해야 할 것은 정책위의장은 당연직 최고위원으로서 당 지도부에도 참여하지만, 원내 정책을 주도하는 직책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손학규 대표 사퇴'를 주장하는 의원이 당선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인만큼, 손 대표로서는 전투력 있는 정책위의장을 통해 원내대표를 견제할 준비를 할 수 밖에 없다. 원외인사인 손 대표
국회의원 선수(選數)를 고려했을 때는 3선인 이찬열 의원이 걸맞지만 상임위원장(교육위)이란 국회직 중책을 맡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초선 비례대표 군에서는 채이배 의원이 정책위의장 권한대행을 역임한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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