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조치 이후 처음으로 한일 실무자가 만났는데, 역시나 분위기는 싸늘했습니다.
극명한 입장 차이만 확인한 가운데, 일본 정부가 의도적으로 우리 실무대표들을 홀대했단 지적이 나옵니다.
자세한 얘기, 외교부 출입하는 송주영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1 】
송 기자! 일본 정부가 마치 창고 같은 곳으로 우리 실무대표들을 불렀다는데, 무슨 얘기죠?
【 답변1 】
네. 우선 실무협의가 있었던 도쿄 경제산업성 건물이 있는 사진 한 번 보시죠.
본관과 별관 건물로 나눠져 있습니다.
본관은 총 17층으로, 장관 사무국과 경제정책산업국 등 주요 부서가 있습니다.
별관은 총 11층으로, 자원에너지청, 산업기술 종합 연구소 등 상대적으로 부수적인 부서가 있는데요.
우리 실무대표를 부른 곳은 본관이 아닌 별관 1031호입니다.
【 질문2 】
그러니까 이 별관 1031호가 창고 같았다는 건가요?
【 답변2 】
그렇습니다. 이번 실무협의는 약 1분 정도 언론에 공개됐는데요.
일본 경제산업성과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과장급 각 2명이 참석했습니다.
영상 보시면, 우리 실무대표 2명이 입장하는데,
미리 와서 앉아 있는 일본 실무대표들은 눈길도 안 줍니다.
심지어 우리 실무대표들이 본인들 앞까지 갔는데 일어서지도, 악수를 권하지도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 응시합니다.
화이트 보드 1개를 배경으로 덩그러니 놓인 테이블 위를 보면 참석자 이름표조차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우리 대표단 뒤 귀퉁이를 한 번 보시면 간이 의자가 쌓여있습니다.
국가 간 대표들이 만나는 자리라고 보기는 좀 어려운 광경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 질문3 】
일본은 극진한 대접을 하는 '오모테라시' 문화가 있잖아요. 그런데 저런 태도를 보였다는 건, 누가봐도 의도적인 것처럼 보이는데요?
【 답변3 】
네. 그래서 '홀대론'이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일본이 만남의 격을 일부러 떨어뜨리고,
이번 만남에 의미 부여를 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무례한 방식'을 택했다는 겁니다.
화이트보드를 보면, '수출 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는 글씨가 적혀 있죠.
이번 만남은 협의가 아니다, 설명회다를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 질문4 】
그래도 언론에 1분 공개 이후 약 6시간 정도 비공개 협의를 했잖아요? 계속 정면만 응시하지는 않았을 거 아니예요?
【 답변4 】
네. 오후 2시 시작된 회의는 당초 예상했던 4시를 훌쩍 넘겨 7시40분쯤 끝났습니다.
약 6시간 동안 양측이 팽팽히 맞서며 대화했다는 증거인데요.
그런데 협의 내용에 대해 벌써부터 서로 말이 다릅니다.
쟁점은 3가지 정도인데요.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수출규제 철회를 요구하지 않았고, 이번 회의 성격도 단순한 설명이라는데 동의했고, 추가 협의도 없었다는 겁니다.
물론 우리 정부는 조목조목 반박하며, 대체 왜 이렇게 얘기하는 지 모르겠단 반응입니다.
당연히 일본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요청했고, 일본 설명은 30분 있었고, 4시간 이상 한국 입장과 추가반론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게 어떻게 설명회냐는 겁니다.
【 질문5 】
이런 일본의 태도를 예상해서, 미국 중재에 기대를 걸었잖아요. 그런데 정작 미국은 적극적이지 않은데, 왜 그런거예요?
【 답변5 】
네. 미국이 "뭔가 해보겠다"는 입장인 건 맞는데, "지금은 아니다" 이런 상황입니다.
미국을 방문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찰스 쿠퍼먼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만난 뒤 미국이 조속한 해결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당장 중재에 나서기 보다는 시기나 방법을 저울질하는 분위기인데요.
윤상현 국회 외통위원장을 만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지금은 미국 정부가 중재하거나 개입할 시점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당사자끼리 먼저 해결해라, 지켜보다가 미국의 이익과 안보에 직접 피해가 있을 때 움직이겠다, 이런 속내 같은데요.
아무래도 일본 참의원 선거가 있는 21일이나, 백색국가 제외가 결정되는 24일 이후 상황을 본 후, 중재 시기 등을 판단할 것으로 보입니다.
【 클로징 】
아베 정권은 수출 규제의 이유에 대해 무책임한 말바꾸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강제징용 피해 배상 편결로 신괴관계 훼손이다. 이어서 대북 제재위반이다, 전략물자 북한 유출이다.
일본은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발언을 이어 갈게 아니라 우리 정부가 제안한 것처럼 과연 누가 대북제재를 불이행했는지 검증받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송주영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 한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