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협력의 상징인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 지시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면서 정부도 적잖게 당황한 분위기입니다.
남북관계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우선 구체적인 사실관계 파악에 집중하는 한편 후속 대응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오늘(23일) 정례브리핑에서 "북측의 의도라든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파악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북측이 요청을 할 경우에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남북합의의 정신, 금강산 관광 재개와 활성화 차원에서 언제든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 안팎에서는 가뜩이나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인 상황에서 나온 김 위원장의 예상 밖의 '거친' 발언에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일단 중요한 사안인 것 같고, 어떤 메시지를 내포한 것인지는 봐야 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통일부는 이날 '국민 재산권 보호'를 위해 모든 노력을 강구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이 북측 지역에 있는 남측 시설 철거를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북한이 2010년 남측 자산을 몰수(정부 자산) 또는 동결(민간 자산)했을 때 역시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입니다.
정부가 북측에 먼저 대화를 제안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도 이런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대변인은 '북측의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입장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에 북측의 요청이 있을 경우와 별개로 "마냥 기다린다기보다는 구체적인 의도라든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나서…적극적으로 대처할 계획들을 검토하고 마련해 나가겠다"며 선(先) 대화 제의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한 대화 계획을 묻는 말에도 "앞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변인은 금강산 관광 사업과 관련 남북 간 법적 문제에 대해서는 "북측이 동결·몰수에 대해 언급이 있었을 때도 법적 조치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 검토한 바가 있다"며 "앞으로 북측과 협의가 될 경우 그 부분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해서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도 '대화 여지'를 내비친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
정부 당국자는 "보도 내용의 행간을 읽어보면 일방적으로 철거하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비관적 전망을 자제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