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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공수처설치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의원 정수를 늘리는 대신 지역구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안을 수정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7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제 개혁은 지역구 몇 석을 줄이고, 비례대표 몇 석을 늘릴 것이냐가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면서도 "현행 300석에서 10% 범위 내에서 확대하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의원 세비 총액을 동결한다는 전제 하에 의원정수 확대를 검토하자는 것은 오래된 논의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포함해 여야 5당 원내대표 간 '10% 이내 확대'에 합의했다"며 "그런데 한국당이 선거제 개혁을 전면 반대해서 여야 4당 협상 테이블만 만들어지게 됐고 의원 정수 확대는 고려하지 않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은 현 의원 정수 300석을 유지하는 가운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 지역구 의석을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는 대신 비례대표를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정의당은 물론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평화당과 대안신당은 지역구 축소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의원 정수 확대를 외치고 있다. 전체적인 의원 숫자가 늘어나야 자신들이 확보할 의석이 지금보다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개정안 실시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 서울 49→42석 ▲ 부산·울산·경남 40→35석 ▲ 대구·경북 25→22석 ▲ 인천·경기 73→70석 ▲ 광주·전북·전남·제주 31→25석 ▲ 대전·세종·충북·충남·강원 35→31석으로 지역구 의석이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민주당 역시 선거법 표결 시 지역구 축소로 영향을 받는 당내 의원들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의원정수 확대를 통해 지역구 축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안을 손질해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법안 패키지 처리에 정의당 및 평화당, 대안신당의 협조를 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4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의석수 확대는 국민 동의를 받기 쉽지 않다"면서도 "물론 그런 가능성에 대해 논의해 볼 수는 있다"고 말해 달라진 당내 기류를 반영했다. 의원정수 확대가 여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공수처법 처리 등 복잡한 정국 퍼즐을 풀어줄 핵심 열쇠인 셈이다.
하지만 한국당의 반대와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이 관건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원정수 확대는 국민 정서에 반한다"면서 "국회의원 정수까지 확대하면서 민주당과 정의당이 밥그릇을 늘리려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수 국민들도 '의원수 늘리기'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서도 정치권에서 의원정수 확대가 논의됐지만 반발 여론이 워낙 거센 탓에 여야가 300석으로 합의한 전례가 있다.
더구나 20대 국회는 민주당 표창원, 이철희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우리 정치가 부끄럽다"고 참회했듯이, 수많은 민생·경제법안 처리는 외면한 채 정쟁에 매몰돼 '동물국회' '식물국회' 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 사태'로 여론의 곱지않은 시선을 받는 민주당과 정의당이 의원정수 확대에 발벗고 나설 경우 정략적인 '짬짜미'로 비쳐져 역풍을 부를 공산이 크다.
이런 기류를 감안한 듯, 민주당은 겉으로는 "의원정수 조정은
민주당과 정의당이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존중한다면, 적지않은 국민들이 반대하는 공수처 설치와 의원정수 확대를 놓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식의 '밀실 거래'는 당장 중단하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민심의 심판을 받게 될 수 있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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