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은 오늘(2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을 비롯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찰개혁 법안 4건을 12월 3일에 본회의에 부의키로 했습니다.
문 의장은 이날 오전 이 같은 방침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통보했다고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국회 정론관 브리핑을 통해 밝혔습니다.
한 대변인은 "한 달 이상 충분히 보장된 심사 기간에 여야가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국회의장은 요청한다"며 "사법개혁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된 이후에는 신속하게 처리할 생각임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습니다.
오는 12월 3일에 본회의에 부의될 법안은 공수처법 2건(더불어민주당 백혜련·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찰청법 개정안 등입니다.
이들 법안은 지난 4월 29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상정돼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 공조로 패스트트랙으로 4월 30일 지정됐습니다.
부의는 본회의에서 심의가 가능한 상태가 됐다는 뜻으로, 다음 단계는 법안을 실제 심의하는 상정입니다.
국회법에서는 패스트트랙에 오른 안건에 대해 '본회의 부의 후 60일 내 상정'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때까지 상정이 안 되면 그 이후 첫 본회의에 상정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애초 검찰개혁 법안은 이날 본회의에 부의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문 의장이 입장을 전격 변경했습니다.
앞서 문 의장은 지난 7일 초월회 회동에서 "국회법에 따라 가능한 모든 의장의 권한을 행사해 사법개혁안을 본회의에 신속히 상정할 생각"이라고 말했고, 국회 측도 전날까지 '29일 부의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왔습니다.
이는 국회법상 패스트트랙 법안은 상임위 심사(180일)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90일)가 필요하지만, 검찰개혁 법안은 법사위 소관이기 때문에 별도의 체계·자구 심사가 불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이와 관련, 한민수 대변인은 "사법개혁 법안은 사개특위 활동 기한이 종료돼 법사위로 이관되었으므로 법사위 고유 법안으로 볼 수 있다"면서 "법사위 고유 법안에 대한 위원회 심사 기간 180일에는 체계·자구 심사를 위한 90일이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사법개혁 법안의 경우 신속처리안건 지정일로부터 180일이 되는 10월 28일까지 법사위 심사 기간이 57일에 불과하여 체계·자구심사에 필요한 90일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법사위 이관(9월 2일) 시부터 계산하여 90일이 경과한 12월 3일에 사법개혁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결론"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여당인 민주당의 '선(先) 검찰개혁 법안, 후(後) 선거법 처리' 전략 수정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당장 '12월 3일 이후 신속한 본회의 상정 및 처리'를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혁법안, 즉 선거법 개정안은 검찰개혁 법안에 앞서 오는 11월 27일에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입니다. 선거법 개정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합니다.
따라서 검찰개혁 법안과 선거제 개혁 법안의 '일괄 처리'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의장의 결정에 대해 "국회의장님 입장에서 여야간 더 합의 노력을 하라는 이런 정치적인 타협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은 것이지만 우리로서는 원칙을 이탈한 해석"이라면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물리적 저지에 나섰던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공수처법 및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결사반대하는 만큼 앞으로 한달 여간 이들 법안을 막기 위한 여론전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자체를 불법으로 주장한 것은 물론, 검찰개혁 법안과 관련해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90일을 별도로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12월 3일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법에 어긋나는 해석"이라면서 "(법사위에)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주면 내년 1월 말에 부의할 수 있다는 게 저희의 법 해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 3일 검찰개혁 법안의 본회의 부의에 앞서 여야의 극심한 충돌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