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황태자'에서 '피고인 지검장' 위기 놓여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의 황태자로 불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상 첫 피고인 신분 서울중앙지검장이 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 지검장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완패했습니다.
이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있던 2019년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을 수사하려는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외압을 행사해 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습니다.
마지막 승부수로 던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일반 시민위원들마저 압도적 표차로 ‘더 이상 수사할 필요 없이 기소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겁니다.
이르면 오늘 기소
수원지검은 이 지검장에 대한 공소장을 최종 검토 중입니다.
수사팀은 이르면 오늘(11일) 이 지검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전망입니다.
이 지검장에 대한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수사팀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 준비를 하고 대검찰청에 의견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하는 조남관 대검 차장이 최종적으로 승인하면 곧바로 기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 오후 반가를 내고 수사심의위에 직접 출석한 이 지검장은 오늘 오전 정상 출근했습니다.
"방탄 검사" 비난
전북 고창 출신인 이 지검장은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검찰 내에서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정권 교체 직후인 2017년 7월 단행된 인사에서 예상을 깨고 검사장으로 승진한 후 검찰 핵심 보직인 대검 형사부장과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습니다.
갑자기 정권의 큰 신임을 받게 된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라는 점과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을 맡아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경력이 작용했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채널A 사건 등을 놓고 철저하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입장에 서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각을 세웠습니다.
덕분에 '정권 관련 수사는 모조리 뭉개는 방탄 검사’라는 비난을 받으며 서울중앙지검 후배 검사들의 집단항명 사태를 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승진설' 솔솔?
설령 보고라인에 포함되더라도 통상 자신의 사건 관련 보고는 받지 않기 때문에 이성윤 지검장이 자신의 재판 상황을 보고 받는 이해충돌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사실상 없습니다.
하지만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이후 사실상 주요 수사를 총괄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이란 점에서, 이 지검장이 중앙지검 지휘를 맡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이 지검장이 기소되면 현직 중앙지검장이 재판받는 첫 사례가 됩니다.
일각에선 이런 이유로 되레 고검장급 승진 가능성을 꺼내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김오수 전 법무부차관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이 지검장의 유임설이 법무부와 검찰 안팎에서 흘러나왔습니다.
김 후보자가 이 지검장보다 사법연수원 3기수를 앞서 용퇴 부담이 없는데다 정권 말 비리 수사에 대한 리스크를 고려할 때 이 지검장 만큼 현 정권에게 믿을만한 검찰 고위간부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당장 기소가 임박하면서 일각에선 오히려 고검장급 승진설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오수 후보자를 보좌할 대검 차장이나 일선 고검장을 맡길 수 있다는 겁니다.
김오수에게도 '걸림돌' 될 수 있어
하지만 이성윤 지검장을 대검 차장으로 기용하는 건 김오수 후보자에게도 향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오수 후보자 역시 법무부차관 시절 정치 편향 문제로 논란이 된 바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 내정 직후 "사람에게 충성하는 검찰총장, 권력의 눈치를 볼 검찰총장을 국민 앞에 내세웠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성윤 지검장이 배제되자, 차선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 요직마다 이름이 거론될 만큼 김오수 전 차관은 명실상부한 문재인 정권의 코드인사"라고도 비판했습니다.
국민의당 역시 김 후보자 내정에 대해 "정권의 호위무사가 될 친정부 인물을 지명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성윤 지검장까지 대검 차장으로 내세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김 후보자가 이미 정치 편향성 논란을 낳았는데 이 지검장까지 참모로 기용한다면 야권은 물론 국민 정서와도 위배된다
한편, 일각에선 이 지검장이 사직을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지만 사직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판 자체를 현직 검찰 고위간부 신분으로 받는 것이 유리할 수 있는 데다, 만약 퇴직을 희망하더라도 징계 사유 여부를 따져 해임·면직·정직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으면 징계 절차가 먼저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 이상은 기자 / leestellaaz@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