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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손을 잡은 채 웃고 있다 | 출처 : 연합뉴스 |
"흔히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것이 우리의 살길이니 외교, 안보, 통상정책도 그러한 원칙에 따라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일 뿐, 실현 가능한 현실적 정책 방향이 될 수 없다…자신의 필요와 편의에 따라 선택하고 행동하는 나라를 어느 누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여기겠는가? 더구나 상대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치열한 패권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인데 그들이 이를 용인할 리가 없지 않은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자존과 원칙의 힘)
윤석열 정부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매개로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미·중 균형 외교와는 온도 차이가 컸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1차 탄핵소추안(2차 탄핵소추안에서는 빠짐)에서 "윤 대통령이 가치외교라는 미명하에 지정학적 균형을 도외시한 채 북한·중국·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폈다"는 점을 탄핵 사유로 들며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민주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문재인 정부와 같이 미국과 중국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조 장관이 저서에서 얘기한대로 미·중 사이에 치열한 패권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매드맨’ 전략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일본 관계에 대해서는 우려가 큽니다. 대일 관계는 국내 정치의 주요한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지난 정권 죽창가를 부르며 ‘No Japan’을 외쳤고, 최근에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국면마다 일본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만약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일본에 대해 현 정부와는 차별화한 스탠스를 취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외교 전문가는 민주당이 정신적 지주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김 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일본에 대해 섭섭함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난 1973년 일본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돼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이후 일본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진상 규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내놓아 한일 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켰고, 일본문화 개방까지 단행했습니다. 그때라고 대내외 여건이 만만했던 것도 아닙니다. 앞서 한일어업협정 결과 보수진영은 독도가 사라졌다며 외교 참사라고 비난했습니다. (진보-보수의 일본관이 지금과 정반대인 것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입니다.) 김 전 대통령의 결단 배경에는 당시 IMF 외환위기가 터져 일본의 협력이 긴요했고, 문화는 개방하고 교류할수록 융성할 것이라는 개인적인 신념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한일문화개방은 현재 한국 문화가 세계 곳곳에서 널리 사랑받는 단초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외부의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한미일 체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어제는 셰셰하고, 오늘은 아리가또하느냐”며 비꼬았습니다. 하지만, 정치인이 상황에 따라 인식을 바꾸고 정책 방향을 수정하는 건 명분이 있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충분히 설명한다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외교 관계자는 정치권에 국익을 위해 안정적인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바랐습니다. 만약 대선 레이스가 펼쳐진다면 외교 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과 질문이 잇따를 겁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미·중 패권 경쟁,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증대 등이 진행되는 가운데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생존이, 더 나아가 번영이
[이성식 기자 mods@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