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심판이 막바지로 갈수록 여권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을 감안하면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두기도 필요하지만, 대통령 중심으로 결집한 지지층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 역시 당의 거리두기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개인 자격'을 강조하며 구치소를 찾은 당 지도부에게 "개인 자격이라고요?" 콕 집어 반문했다는 겁니다.
유호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 3일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나경원 의원과 함께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했습니다.
당내 투톱의 접견인 만큼 당 공식 입장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에 지도부가 아닌 개인 차원의 접견이라고 강조하며 찾은 자리였습니다.
▶ 인터뷰 : 권성동 / 국민의힘 원내대표(지난 2일)
- "개인적인 차원에서 가는 것이지. 지도부 차원에서 무슨 대통령과 어떤 탄핵 심판이라든가 형사 재판에 관련돼서 우리가 논의할 사항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의원들에게 '개인 자격으로 온 거냐'는 취지의 반문으로 대화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의 거리두기 움직임에 서운한 감정을 내비친 건데, 두 지도부 의원은 별다른 답을 하지 않고 대화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권영세 위원장은 '개인 자격' 발언에 선을 그었습니다.
▶ 인터뷰 : 권영세 /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지난 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 "개인 자격은 제가 한 말은 아니고.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당의 대통령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저는 안 가는 게 비겁하다."
당이 거리두기를 망설이는 배경에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중도도 잡아야 하지만 대통령 중심으로 뭉친 지지층이 떨어져 나가는 것도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중도와 강성 지지층 모두 끌어안아야 선거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지만, 당 일각에선 대통령과강성 눈치 보기에 매달려 중도층을 외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MBN뉴스 유호정입니다.[uhojung@mbn.co.kr]
영상취재 : 안석준 기자·라웅비 기자
영상편집 : 김민지
그래픽 : 최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