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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윤석열. 정치입문부터 대통령 당선까지 단 9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권력의 정점에 올랐지만, 1060일 만에 불명예 퇴진했습니다. ‘반짝’하고 저문 건 ‘제대로 일하는 정부’를 표방하며 추진한 ‘용산시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차기 대통령 취임까지 50여 일 남짓한 조기 대선의 화두는 제21대 대통령 집무실 위치인데요. 용산 이전 과정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으로 내란 이미지가 씌워져 재이전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 없이 곧바로 임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당장 용산으로 입주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대선주자들은 집무실 이전 공약만으로도 전임 정부와 차별화를 둘 수 있어 청와대 복귀, 세종 이전, 광화문 집무실 재추진 등을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내부 검토에 나섰고, 충청권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들은 ‘신행정수도 건설특별조치법 제정안(신행정수도법)’을 이르면 이달 중 발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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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누리꾼들 의견은 분분합니다. “행정부가 있는 세종으로 옮기는 게 순리다. 어차피 제2 집무실 짓고 있다. 이참에 세종으로 옮기자” “용산, 청와대 잔재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 “한국의 워싱턴DC 한번 만들어보자” “서울 미어터진다. 이대로 가다가 싱크홀 도시 될 듯. 제발 인구분산 좀 시키자” “선거용으로 세종시 건들지 마라! 제발 지방분권 완성해라!” “청와대가 작살나서 세종 가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다” 등 세종 이전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반면 청와대 복귀를 주장하는 입장에선 “청와대 복귀가 답이다 지금 휘청거리는 나라 경제 상황을 알 텐데 또다시 큰 지출을 한다는 건 도저히 용납 안 된다” “대통령 품위는 청와대가 제일 멋있다” “당연히 청와대다. 청와대 안 들어갈 거면 100% 개방 하라” “통일 대비해 수도는 그대로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대통령 집무실로 어느 곳이 적합하다고 보고 있을까요?
차재원 부산카톨릭대 특임교수는 현재 상당한 행정 비효율과 낭비가 이뤄지고 있다며 “세종시 말고는 답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서울은 충분히 지속력을 갖추고 있고, 서울공화국이라는 부분을 탈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토균형발전 등 측면에서 봤을 때 세종시로 가는 게 맞다”고 했습니다.
차 교수는 청와대 복귀 가능성이 낮은 이유로 “‘구중궁궐’로 표현되는 건물들의 비효율성”을 꼽았습니다. 용산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군에 대해 의지하려고 했던 생각들이 국방부 청사로 들어갔기 때문에 작용했을 것”이라며 “상당히 비정상적인 국가 운영을 한 모습이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했습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결국 청와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청와대가 가진 지형적 방어 이점이 아직 유효하다는 입장인데요. 청와대 복귀 가정 시 재정비에 1년이 소요되기에 임시 거처로 세종을 사용한 뒤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전망입니다.
신 교수는 “일단 용산은 아닐 것이라 본다. 안 좋은 기억도 많고, 무엇보다 미군이 아직 남아 있지 않나”라며 “중요한 것은 이번에 배운 게 있다. 용산에 있다고 해서 소통을 잘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장소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국민은 직접 느꼈다”고 했습니다. 또 “세종으로 가면 수도 개념 논란이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개헌하지 않는 이상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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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단 근거로 든 ‘관습헌법’에 주목했습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지역 균형 발전을 이유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며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 조치법’을 공포하며 용지를 매입했습니다. 그러나 헌재의 위헌 결정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헌재가 “서울이 수도인 점은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이라며 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건데요. 관습헌법이란 법전에 기재된 성문헌법은 아니지만, 관습에 의해 정립된 불문헌법입니다. 전문가들은 당시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 만큼 이 부분을 개헌 문제와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우리나라는 서울 중심의 국가로, 세종으로의 이전은 단순한 행정적 이동이 아닌 국가 중심의 재편성이기도 합니다. 과연 서울~세종 간 거리가 국정 운영의 단절을 유발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차 교수는 “국회가 서울에 있다 보니 벌써 유발하고 있다. 지금도 국회가 열리면 실국장들은 다 서울에 가 있는데 길바닥에서 버리는 시간이 엄청나게 허비가 된다”며 “이원화돼 있으니까 효율적인 정부 운영이 안 되고 있다. 중앙부처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사기도 상당히 저하돼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신 교수는 “단절은 과한 표현”이라며 “도시사회에서 ‘관문사회’라고 하는데 이는 외국에서의 접근성을 얘기한다. 사실상 우리나라 관문도시는 인천공항과 가까운 서울이다. 외교 등 측면에서 세종으로 이전하는 게 손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는 단순한 공간 이동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4년간 권력의 핵심이었던 청와대와 지방균형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할 세종이 국가 운영의 철학과 정체성을 가늠하는 중대한 선택지로 떠오른 지금. 행정의 중심을 어디에 둘지 고민해 볼 때인 것 같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