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정상 간 주고받은 선물이라 해도, 정을 쏟은 사람이 키우는 게 맞다"
2022년 1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반납 논란'을 두고 했던 말입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역시 파면 이후 자신이 선물받은 개들을 서울대공원에 이관하면서 '내로남불' 비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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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한 호텔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투르크메니스탄 국견인 알라바이를 안고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부부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키우던 사람이 키우고 나라에서 돈을 지급하자", "견주랑 평생 살지못하고 버려지는 강아지가 무슨 죄냐", "동물을 주고받는 문화 자체가 문제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핵심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풍산개 논란이 벌어진 지 3년이 다 돼가지만, 외교 선물로 받은 동물에 대한 명확한 법적·제도적 기준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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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는 투르크메니스탄 순방 중 국견 알라바이 두 마리 ‘해피’와 ‘조이’를 선물 받았습니다. 생후 40일 무렵 한국에 들어온 두 마리는 약 5개월간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생활했습니다. 그러나 크기가 너무 커져 가정에서 키우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 서울대공원 동물원 견사로 옮겨졌습니다. 이후 이들의 돌봄은 서울대공원이 자체 예산으로 맡고 있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문 전 대통령 때도 있었습니다. 2018년,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풍산개 두 마리를 선물받았습니다. 퇴임 후에도 키우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대통령기록물법에 막혔습니다. 외국 정상에게 받은 선물은 국가자산으로 분류되고, 원칙적으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지원비에 대한 법적 근거도 없어 결국 풍산개는 대통령기록관으로 반납됐고, 이 과정은 '파양 논란'으로 번졌습니다.
현행 대통령기록물법은 외국 정상에게 받은 동물을 '대통령 선물'로 간주해 국가기록물로 분류합니다. 퇴임 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야 하지만, 기록관은 동식물을 사육하거나 관리할 시설도 예산도 갖추지 못한 실정입니다.
이에 따라 2022년 3월 개정된 시행령은 "다른 기관이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이관을 허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육비 지원 규정은 빠져 있습니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2022년 6월 대통령기록관이 수탁 기관에 필요한 물품과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결국, 동물을 맡긴 기관은 자체 예산으로 돌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이 선물받은 투르크메니스탄산 국견 '해피'와 '조이'의 사육비로 매년 약 670만 원이 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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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와 문재인 전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대통령비서실이 사료비를 지원하고 싶어도 법적 근거가 없어 집행할 수 없다"며 "관련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 법학과 A 교수는 "국가자산으로 분류된 동물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지 않고 민간 기관에 맡기면서도 비용 지원 규정이 없는 것은 제도적 모순"이라며 "퇴임 후 대통령이 동물을 직접 인수하거나, 기관에 맡길 경우 정부가 사육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문 전 대통령 사례처럼 퇴임 후에도 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경우 이를 허용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윤 전 대통령처럼 기관에 위탁할 경우에는 충분한 예산과 관리 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요?
미국에서도 외국 정상에게서 받은 동물은 원칙적으로 국가 자산으로 분류됩니다. 이후 정부가 동물을 국립 동물원이나 공공 보호시설에 보내고, 관리 비용은 모두 국가 예산으로 부담합니다. 단 대통령이 원할 경우, 정부에 비용을 지불하고 개인적으로 인수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개를 구입해 자택에서 계속 키웠습니다.
한편, 동물의 입장에서는 가정에서 동물원으로의 이관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동물권단체 케어 김영환 대표는 "반려견으로 있다가 동물원으로 옮겨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동
풍산개와 알라바이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지금, 외교 선물로 받은 동물의 관리와 지원에 대한 체계적인 기준을 마련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정민아 디지털뉴스 기자 jeong.minah@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