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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후보 |
21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각 후보들은 전국을 돌며 유세 일정을 소화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죠. 경북에서 경남으로, 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하루에도 수십만 명을 만나며 같은 메시지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 가끔은 참 '로봇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치지도 않고 같은 메시지를 반복하는 모습이 꼭 AI 챗봇 같달까요.
그렇다면 AI가 바라본 가장 'AI스러운' 후보는 누구일까요?
우선, 챗GPT-4o는 'AI스럽다'의 기준으로 △감정이 배제된 냉정함 △논리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반복적인 화법 △데이터, 수치, 패턴 중심의 메시지 등 4가지를 꼽았습니다.
이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10점 만점에 김문수 9점, 이준석 6점, 이재명 4점이라는 흥미로운 점수가 나왔습니다.
AI가 왜 이렇게 판단했을까요?
김문수 후보는 '거의 정치봇'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김 후보는 '반공', '자유', '공산당 해체' 같은 핵심 단어를 맥락과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상대의 질문에도 같은 키워드로 되풀이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데요. 상대의 질문이나 맥락에 상관없이 본인이 입력해둔 스크립트를 마치 로봇처럼 되풀이하는 화법이 AI와 유사하다는 분석입니다.
가장 AI스러웠던 순간으로는 지난 5월 10일 국민의힘 지도부의 후보 교체 시도에 반발하며 입장을 밝혔던 기자회견이 꼽힙니다. 당시 그는 “야밤의 정치 쿠데타”, “불법적이고 부당한 후보 교체”, “우리 당의 민주주의는 죽었다”라며 이를 강조하는 발언을 반복했습니다. 다양한 각도에서 설명하거나 새로운 메시지를 덧붙이기보다는 동일한 프레임을 반복하는 모습이 마치 명령어를 실행하는 봇처럼 보였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김문수 후보가 AI스럽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히 그의 발언 내용 때문만이 아닙니다. 표정에서는 감정의 변화가 거의 없으며 항상 같은 얼굴과 고정된 시선을 유지하고, 말투 역시 단정적이고 반복적이며, 마치 미리 짜인 스크립트를 재생하는 듯한 인상을 주며, 몸짓 또한 거의 동일한 패턴과 리듬으로 반복되어, 프로그램된 매크로처럼 보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AI스럽긴 하지만 김문수 후보와는 다른 결을 보입니다. AI는 이준석을 'GPT형', 즉 맥락 인식형 AI지만 일부러 논란을 일으키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논리와 데이터를 중심으로 빠르게 대응하지만, 때로는 일부러 자극적인 표현을 골라 논란을 증폭시키며 주목도를 높이는 전략을 쓴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2022년 국민의힘 내홍 당시 ‘양두구육’이라는 사자성어를 사용해 강하게 비판했고, 2024년 12월 BBC 인터뷰에서는 윤석열 탄핵 이후 보수 진영의 몰락을 언급하며 “보수 정권이 10년 사이 두 번의 탄핵을 겪었다는 것은 구조적 결함이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감정적 논란보다는 데이터를 근거로 한 구조적 분석에 집중하며, 복잡한 정치적 이슈도 차갑고 기계적인 해석 틀 안에서 풀어나가는 모습이 AI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이재명 후보는 AI 기준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가장 인간적입니다. 정책 발표나 연설에서 통계와 수치를 강조하지만, 동시에 개인적 서사와 감정적 접근을 덧붙이는 방식은 '데이터+감정형 알고리즘'처럼 보인다는 평가입니다.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그는 "5,503억 원을 환수했다"며 공공이익 환수율 같은 수치를 강조하는 한편, 어릴 적 판자촌에서 살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감성적으로 풀어냈습니다. 또 2022년 대선 토론회에서는 기본소득 공약을 설명하며 통계로 정책의 타당성을 입증하면서도, "저처럼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사람도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개인적 서사를 더했습니다.
이처럼 정치인들의 화법과 메시지 전략을 AI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흥미로운 장면들이 포착됩니다. 반복되는 구호, 냉정한 데이터 중심의 분석, 감정과 수치를 절묘하게 섞는 방식까지, 모두가 각기 다른 형태의 ‘정치 알고리즘’을 구사하고 있기 때
AI의 눈으로 본 세 후보, 여러분은 누가 가장 '로봇 같다'고 느끼시나요?
[정민아 디지털뉴스 기자 jeong.minah@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