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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 노태우 대통령과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출처 : 연합뉴스 |
"미국 대통령은 특정 국가의 대선 후보자를 만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 번 방미 요청을 받아주기 시작하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국가의 대선 후보들이 몰려오니까 절대로 받아주지 않는다." <정태익 전 주러대사 / 한국 외교와 외교관 中>
예외는 딱 한 번 있었습니다. 1987년 9월 대선을 석 달 앞두고 노태우 민정당 대선 후보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만난 겁니다. 당시 거센 민주화 항쟁 속에 미국은 한국의 민주화를 종용했습니다. 노 후보는 6.29 민주화 선언을 주도했고, 한국 대선 후보와 미 대통령의 이례적인 만남은 이에 대한 미국의 평가가 반영된 것이라고 외교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결국, 노 후보는 13대 대선에서 당선됐습니다.
지난 2007년 9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측은 "이 후보가 10월 미국을 방문해 조지 부시 대통령과 공식 면담하기로 했다"고 발표해 정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대선 후보가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건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민주당은 미국을 모시는 사대외교라고 비판했지만, 한나라당은 앞서가는 대선 레이스의 쐐기를 박는 효과를 기대했습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는 민주당의 강력한 반발 속에 미국은 면담 요청을 받았지만, 만날 계획은 없다며 발을 뺐습니다.
2025년 대선에서도 미국은 무시할 수 없는 변수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외교안보보좌관인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최근 백악관 인사들과 회동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후보의 '외교 리스크'를 의식한 듯 한미 동맹 강화와 한미일 협력을 강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전 차장이 만난 것으로 알려진 이반 카나파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실장급 인사인데 한국 언론에 만남이 대대적으로 공개되자 미 정부도 당황했다는 후문입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물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차출론'에 불이 붙었습니다.
대선 후보 시절 미국과의 스킨십은 필요조건이 아닙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면 보통 취임 첫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며 업무를 시작합니다. 당선되는 순간 엄혹한 외교 현실을 직면하게 되는 겁니다. 이번에는 조기 대선으로 인수위도 없어 숨 돌릴 틈도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장기전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미국의 '경찰국가' 역할을 부정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진영이 최종적으로 내부 권력 투쟁에서 이기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차기
[이성식 기자 mods@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