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첫 제대혈 소송…'조정'으로 마무리

【 앵커멘트 】
출산하는 부모님들 가운데 아이의 미래를 위해 '제대혈'을 보관하는 분들 많으신데요.
제대혈 보관을 놓고 벌어진 부모들과 대기업 간 첫 법적 분쟁이 '조정'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정주영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 2003년 KT바이오시스라는 업체에 아이의 제대혈을 맡긴 부모들.

국내 굴지 기업 KT의 사내벤처기업이란 설명에 140만 원에 달하는 보관비도 선뜻 냈습니다.

하지만, KT바이오시스는 2년 뒤 폐업 상태에 빠졌고, 제대혈 1천 5백여 개는 KT 연구센터의 한 지하창고에 사실상 방치됐습니다.

그러자 이 모 씨 등 5백여 명은 KT가 직접 제대혈을 보관하는 것처럼 속였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지만, 1심 재판부는 KT에 대한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회사 명칭에 KT가 포함돼 있거나 보관비를 KT 전화요금으로 나누어 낼 수 있다는 점만으로는 법적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겁니다.

부모들은 항소했고, 서울고법은 양측의 주장을 들은 뒤 조정을 성립시켰습니다.

KT의 지하창고에 보관 중인 제대혈을 부모들이 가져와 직접 보관하는 대신, KT가 보관비 명목으로 6억 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입니다.

▶ 인터뷰 : 이상봉 / KT 측 변호사(법무법인 충정)
- "생명 존중의 차원에서 원고들과 대승적으로 합의하고 분쟁을 종결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 인터뷰 : 임부영 / 피해 부모 측 변호사(법무법인 네모)
- "아이들의 생명과도 같은 제대혈을 우리 부모들의 손으로 책임감을 갖고 직접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혈의 생존 여부에 대해 부모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해 10여 년 뒤 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 스탠딩 : 정주영 / 기자
-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제대혈 보관업체는 20개가 넘습니다. 이번 조정 결과는 제대로 된 제대혈 보관을 위해선 무엇보다 믿을만한 업체를 골라야 한다는 교훈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MBN뉴스 정주영입니다."
[ jaljalara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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