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장 집무실에 동판(銅板)이 비밀리에 깔렸던 사실이 밝혀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거제시에 따르면 지난달 초에 청사 2층에 위치한 시장집무실을 보수하는 공사를 앞두고 바닥 카펫 아래에 동판이 깔려있는 것이 발견됐다.
0.01㎜ 두께의 종이처럼 얇은 이 동판은 118㎡ 규모의 시장집무실 일부에 깔려 있었는데 시멘트 바닥과 카펫 사이에 본드로 접착돼 있었다고 한다.
동판을 시공하는 작업이 어찌나 비밀리에 진행됐는지 당시 정황을 아는 직원이 극소수다.
공사비용의 출처는 물론이고 공사내역과 회계처리 등의 기록이 확인되지 않을 정도다.
직원들이 수소문한 결과, 2003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거제시장 보궐선거에 당선된 김한겸 전 시장이 집무실을 찾아온 한 역술인의 이야기를 듣고 비밀리에 작업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역술인은 `시장실 아래로 수맥이 흐른다. 그냥 두면 화를 당한다`는 내용의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많은 수맥이 시 청사 뒤쪽에 있는 해발 566m 계룡산에서 시청사 아래로 흘러들어 수맥측정기구가 강하게 반응한다고 시 공무원들은 전했다.
게다가 전임 양정식 시장이 칠천도 연륙교 건설공사와 관련해 시공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자진사퇴했기 때문에 그냥 흘려듣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공무원들의 견해다.
그러나 애써 설치한 동판이 수맥의 나쁜 기운을 막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3대와 4대 시장을 연임한 김 전 시장 역시 비리에 연루돼 시장직을 떠났고 동판만이 그대로 남아 다음 시장을 맞았다.
동판은 지난 1월에 이 사실을 보고받은 권민호 현 시장의 지시로 철거됐다.
동판을 제거하고 새로운 카펫으로 교체하는 작업에는 700여만원이 들었고 철거한 동판을 고물상에 팔아서 받은 36만원은 세외수입으로 처리됐다.
한 거제시 공무원은 "전임 시장들이 모두 비리에 연루됐다"며 "점쟁이 말을 믿고 동판까지 깔았다니 거제시청 공무원으로 어디가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다"며 말을 아꼈다.
[뉴스속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