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법' 반발하는 의사들, 속사정은

【 앵커멘트 】
이른바 '도가니법'이라고 불리는 '아동청소년 성 보호법'이 시행된 지도 1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이 법에 대해 의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가실 텐데요, 속사정을 김천홍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현행법에 따르면 성범죄 전력이 있는 의사는 10년간 자격을 사실상 박탈당합니다.

의사들은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처벌 수위가 가혹하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한 비 의료계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 인터뷰 : 이현숙 / 탁틴세상 상임대표
- "성범죄의 여지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차단했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저희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처벌수위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뜻하지 않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더 큰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서울 시내에서 13년째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윤용선 원장.

윤 원장은 진료가 너무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합니다.

▶ 인터뷰 : 윤용선 / 내과 전문의
- "전혀 의도치 않은 단순한 의료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의료행위라는 것 자체가 접촉이 많다 보니까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3미터짜리 청진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입니다.

제도의 악용 우려도 커졌습니다.

실제로 진료 도중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환자에게 합의금을 뜯기는 의사가 속출하는가 하면, 월급에 불만을 품은 여직원이 원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지나 않을지, 의료계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천홍입니다. [kino@mbn.co.kr]
영상취재: 김준모 기자
영상편집: 한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