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자를 임신한 여성이 낙태 대가로 내연남에게 요구한 50억원에 대해 공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 혐의로 기소된 윤모씨(46·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윤씨는 신 모씨(60)와 내연관계를 유지하다 2009년 아이를 임신하게 됐다. 임신 사실을 안 신 씨는 낙태를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당했고 대리인을 내세워 금전적 보상을 암시하면서 낙태를 요구했다. 윤씨는 대리인을 내세워 낙태를 종용하는 신 씨에게 화가 나 "100억원을 줄 수 있냐"며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했다. 하지만 1달여간의 끈질긴 협상 요구에 윤씨는 50억원이면 낙태를 하겠다고 했다.
신 씨의 대리인이 "애를 낳더라도 평생 동안 돌아보지 않겠다. 애를 낳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하자 윤 씨도 "아이를 낳아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며 맞섰다. 결국 신씨는 이후 윤씨에게 합의 금액을 낮춰달라고 계속적으로 요구했지만 결국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신씨는 윤씨의 낙태 사실을 알자마자 돌변했다. 신 씨의 대리인은 "입금된 돈은 경찰과 은행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더 이상 움직이지 마라"며 "빨리 돌려주면 고소를 취하하겠다"며 50억원의 반환을 요구했다. 신씨는 윤씨가 끝내 돈을 돌려주지 않자 윤씨 등을 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1심 재판부는 "윤씨가 처음부터 돈을 갈취하기 위해 임신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1인시위 발언은 합의금을 갈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협상 과정에서 윤씨가 느낀 인격적 모멸감 등에 따른 발언"이라며 윤
2심 재판부도 "혼외자로 인한 명예 실추, 혼외자 부양문제, 재산분쟁을 우려한 신씨가 낙태를 억지로 설득하는 과정에서 절충된 합의금을 교부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의 법리 해석이 무리가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이동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